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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May 04. 2020

'희로애락'

'희로애락'

 도심을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접하게 됩니다. 편안한 얼굴을 하며 걷는 사람, 고민스러운 얼굴을 하고 지나는 사람, 화가 난 얼굴로 가는 사람, 슬픈 얼굴로 스쳐가는 사람...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회사나 식당 또는 기타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개인사도 다양합니다. 기쁨을 같이 공유해야 할 사람, 슬픔을 나누어야 할 사람, 힘든 일이 있어 위로해 주어야 할 사람... 세상살이의 많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공유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인생의 아픈 상흔(傷痕)이 남아 있는 사람들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 축소판인 모노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 한 기분이 듭니다.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들의 말을 진정성 있게 들어주는 것 일 겁니다.


어릴 적 할머니와 지방 소도시의 조용한 동네에서 같이 살았다. 할머니는 특별한 행사가 없는데도 먹을 것을 만들어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동네 행사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줄곧 집에 손님들을 불러서 밥을 먹이고 담소를 나누곤 하셨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잘 지냈고 무슨 일이든 서로 도우며 사는 모습이 어린아이의 눈에는 그것이 자연스러웠고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며 자랐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시골을 떠나 서울로 온 지 벌써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간간이 그때의 소중한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기도 합니다. 지금의 현대사회는 그런 온정의 생활과 마음의 씀씀이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전 프랑스로 출장 가면서 비행기에 탑승하여 장시간 비행을 하는 동안 한국에서 프랑스까지 13시간 정도의 긴 비행시간이었는데, 인천공항에서 탑승하여 프랑스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항공기 기내 스튜어디스들이 돌아다니면서 수시 좌석으로 와서 ‘필요한 게 있으시냐고... 불편한 건 없으시냐고...’라고 물어보며 친절하게 승객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당연히 업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겠지만, 많이 힘들 텐데 사명감으로, 피곤해도 피곤한 내색을 하지 못하고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시종일관 웃음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회심리학 현상 중에 '조력자 증후군(helper syndrome)'이라는 것이 있는데, '조력자 증후군'은 남을 돕고 사는 사람들(사회복지사, 종교인 등)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해야 하고 힘든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하다 보면 정신적 우울증 등 괴리현상이 일어난다는 현상을 일컫는데. 우리 사회에서 봉사와 희생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의 헌신과 노력이 얼마나 힘들고 소중한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묵묵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언필칭, 국회의원, 임명직 등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코스프레 형식으로 봉사를 한다고 나오는 우(愚)는 이제는 없어져야 하겠습니다. 예제없이 봉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을 위하여 행하는 봉사로 자신도 기쁘고 타인도 함께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자신의 삶을 더 빛나게 하고 인생을 더욱 값지게 사는 방법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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