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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Apr 21. 2024

'종교의 힘'

'미움도 사랑입니다.' (에세이 출간준비작)

부부동반 동참회 모임을 연례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반이었던 한 친구가 있었는데, 학창 시절에 친하지 않았지만, 졸업 후, 수십 년이 지나서 보게 되니, 만날 때마다 반가웠고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부부동반 모임의 특성상, 화젯거리로 자녀들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친구 부부는 자녀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금세 얼굴이 창백해지고 묵묵부답인적이 많았습니다.     


보통 자녀들을 소재로 누구라도 먼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화두(話頭)를 던지는 게 일상인데,

그 친구 부부는 유독 자녀들의 이야기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기 된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연말모임에서 망년회를 하는데, 술에 취한 그 친구가 취중에 눈물을 흘리면서 저에게 안타까운 자신의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친구의 부부 슬하에 딸이 2명 있었는데,

부인이 가스레인지에 물을 끓인다고 냄비에 불을 켜놓고 인근 상가에 무엇을 사러 나간 사이, 어린 둘째 딸이 장난으로 냄비를 건드려 끊고 있던 뜨거운 물이 얼굴에 부어져 크게 화상을 입게 되었고,     


바로 응급조치를 못하여 이후 집에 돌아온 엄마가 발견하고 병원으로 긴급후송했으나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친구의 가족은 자녀를 잃은 아픔과 슬픔으로 트라우마와 죄책감으로 살아왔다 합니다.     


매일 잠에서 어린 딸의 얼굴이 나타나 너무도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다 합니다.     


마음의 치유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했습니다.    

 

부부가 심리치료 및 정신과 병원까지 다녔지만, 모든 것이 소용이 없었다 했습니다.      


자녀 잃은 슬픔만큼 큰 아픔이 어디 있겠습니까?   

  

주변의 위로와 방문도 아무 소용이 없다 했습니다.

     

외려 남은 딸을 지키기 위한 과한 집착증까지 생겼고, 지금도 성인이 된 딸이 출타 중이거나, 밖에 나가서 조금이라도 늦는 날이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조기귀가를 종용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특별히 친구보다 친구의 부인은 자신이 딸을 죽인 거라며.. 심한 우울증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했습니다.     


그야말로‘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라’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 중에 교회를 다니는 분이 있어 그런 부부의 사연을 듣고 안타깝게 생각하며, 집을 방문하여 위로해 주며 선물로 성경책을 주면서 종교를 가져보라고 권유를 하였다 했습니다.     


꼭, 개신교가 아니더라도 불교 든.. 천주교 든.. 무슨 종교라도 다 좋으니 종교의 힘을 믿어보라고 했다 합니다.  

   

처음 친구부부는 그런 이야기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교회를 가게 되었다 합니다.


교회에서 성가대가 부르는 찬송가를 듣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마음의 위안과 더불어 정화가 되는 것을 느꼈다 했습니다.     


그 이후로 부부는 교회를 나가게 되었고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아 가는 중이라 했습니다.   

  

인간이 극단의 상황에 내몰리게 되면.. 인간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을 한 번씩 느껴 보았을 것입니다.     


누구나 한 번은 겪게 되는 부모나 가족의 죽음..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인의 중한 병환에 치유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꼭 성취하고 싶은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인간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세상사의 모든‘희로애락(喜怒哀樂)’을

희망대로 이루어지기를 애절하게 염원하는 마음의 한 방법은..

결국‘종교의 힘’을 믿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마치, 수능을 보는 자녀가 시험을 잘 치르기를 간절히 바라며 절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희망대로 모든 것이 다 되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도.. 슬픔도.. 삶도.. 죽음도 요...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영역인 삶에서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고..

非인간의 영역이 도래하면.. 종교의 힘을 믿고 의지해보세요.     

결론은 알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마음의 평온함이 찾아오는 건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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