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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Apr 23. 2024

'희망고문'

'미움도 사랑입니다.' (에세이 출간 예정)

       

살면서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희망고문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날에 아버지께서 “산타할아버지가 오셔서 갖고 싶은 선물을 주고 갈 테니.. 아빠, 엄마, 말 잘 들으라고 했어!”     


“뭐 갖고 싶어?”산타할아버지께  말씀드리게”..     


“응. 아빠! 난 동물원에서 본 곰 한 마리 갖고 싶어!”


“우리 집에서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잘 때는 데리고 자고 싶어!”라고 이야기하며, 크리스마스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순수한 어린 마음에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크리스마스날 제 머리맡에는 곰인형 한 마리가 있었고요..     


산타할아버지가 곰 한 마리를 데리고 와서 저에게 주고 갈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크리스마스날을 학수고대하며 몇 날 며칠을 마음조리며 밤잠을 설치며 기다렸던 저에게는 현실불가능한 ‘희망고문’이었던 셈이지요.     


중학교 시절, 학교대표로 잠시 운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체격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작고 체력도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단지, 운동이 좋아서 했고, 실력이 조금씩 늘면서 코치님의 관심을 받으며 열심히 했었던 것 같습니다.     


코치님은 저에게 항상 “너는 전국체전에 나가면, 우승할 수 있을 거야!”라고 용기를 북돋우어 주었고, 저는 그 말을 믿으며 전국체전에 나가기만 하면, 우승할 것 같은 자만심이 생겼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합에 나가보니 저보다 실력이 출중하고 덩치도 큰 친구들이 많아서 애당초 저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제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코치님의 과도한 격려가 저에게는 큰 부담이었던 것입니다.     


애당초, 코치님이 저에게 “너는 근성은 좋으나, 체격이 왜소하니 그냥 운동을 즐기면서 해라!”“성적에 연연하지 마라!”라고 편안히 이야기해 주었으면 그렇게 큰 기대 안 하고 시합에도 출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코치님은 저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한 이야기겠지만 요...     


공직자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동기들에 비해 승진이 늦었습니다.

부서를 옮기고 승진을 꿈꾸며 직근 상사와도 잘 지냈다 합니다.     


그 상사는 그 친구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매번 은근슬쩍 승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들곤 했다 합니다.

마치, 승진을 꼭 시켜줄 것처럼 말입니다.     


그 친구는 가정과 개인생활을 모두 버릴 정도로 주말, 공휴일 없이 열심히 일했고, 상사의 기분을 맞추며 수년간 근무에 임했다 합니다,


오직 승진을 위해서 요!..     


근데, 승진발표가 있는 날, 승진자 명단에서 2년 연속 누락이 되었다 합니다.     


그 친구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자신이 부족해서라고.. 이해하며 자신을 다독거렸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짧지 않은 시간 고뇌의 시간을 보냈던 게.. 회한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에게는‘승진’이라는 목표와 상사의 자신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희망하는.. 어찌 보면..‘희망고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 아시는 데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아포리즘입니다.     


‘희망’이라는 전차가 암흙 같은 터널 속에 갇혀서 마음을 한동안 부자연스럽게 가두는 고문이 있다면..‘희망고문’의 열차는 멈춰 세워야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일지라도, 언젠가는 빛이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있을지라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뎌낸다면..     


결국 ‘희망만 남고.. 그 고문은 없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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