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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혜 Jun 05. 2024

샤넬백 대신 포르투갈 한 달 살기 (마지막화)

영원한 안녕.

문을 두드렸지만 숨죽이며 모른 채 한다.

그의 눈동자는 아련한 기억과 처절한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


다음 행선지를 정할 수 없는 나그네.

나에게는 언제든 돌아갈 집이 있고 가족이 있다.

단 한 번도 그것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그에게 그것이 무척 필요해 보였다. 내 수중에 있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한한 평안이라는 것을 깨우쳤다. 빈털터리 나그네로부터.

소년시절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그 시절에 머물고 있는 듯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행동거지와 나이에 걸맞은 말투보다 자랑하기 급급한 어린아이 같았다. 내 모습이 보였달까.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이 고통일 때가 있었다. 매서운 회오라기가 시공간을 넘어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진흙탕에 빠지고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뻗은 사람이 있더라면. 어린 마음이 들었다. 그를 구원할 생각에 빠져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그가 나였다. 언젠가 사람을 멀리하고 혼자 있기만 했다. 하지만 원하는 삶과 원치 않는 삶을 산다는 것은 천지차이다. 같은 선상에 있다한들 잃은 것이 없는 사람은 그 후자이기도 하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행복해지는 것이 맞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영혼끼리의 무언의 대화였을까? 그대가 가진 눈빛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았고, 우린 가까워질 수 없었다. 평행선에 서서 손을 흔드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한 것이다.


‘매일 웃으며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최선이었고 기쁨이었다. 친근한 이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평범한 일상에 그려진 자그마한 존재에 대한 열망에서였다. 영하의 기온으로 냉기가 도는 쪽방에서 해진 이불을 덮어쓰고도 단잠에 들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게 진짜 겨울은 아닐지라도. 평온함이 깃든 날들이 계속되었음 한다. 그대가 편하게 웃는 그날까지.


포르투갈 한 달 살기에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완벽한 위로는 없었다.






P.S. <부치지 못한 편지>


나그네에게.


잘 지내시나요?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을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만 나에게 향하는 당신의 눈빛이 끝끝내 부담이었나 봐요.

저는 당신을 품을 만한 성품을 지니지 못했어요. 그래서 멀어진 것이니 본인 탓이란 생각은 멈췄으면 좋겠어요. 영혼의 단짝을 만나 슬픔은 잊고 다시 활력 돋는 인생을 사셨으면 해요.

포르투에서 계속 지낸다고 했는데 이번엔 어느 동네인가요? 지난번 숙소처럼 계단이 많아 잭과 고양이가 불편하지 않았으면 해요. 단독 주택이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늘 본인을 들여다 보고 1부터 10까지 본인이 원하는 것을 택하면 좋겠어요.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요. 암요. 알아서 잘하시겠죠. 제가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당신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소중한 사람이거든요. 저도 그걸 몰랐을 때 주위 사람을 괴롭게만 했어요.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면, 남들도 나를 사랑해 주더군요.

솔직해지세요. 본인과 이웃에게. 너무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시작하세요. 그리고 어려운 이웃도 생각하고 남을 돕는 일도 주저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어디에 있든 당신은 행복해질 겁니다. 수호천사로 영원히 남겠습니다. 힘내서 인생을 살아가세요. 안간힘을 써도 되지 않은 일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니 창피하다고 쑥스럽다고 늙었다고 생각지 마시고 두려움을 깨고 본인을 들어낸다면 제 바람은 모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인정하는 순간 세상은 열립니다. 혼자라도 혼자가 아닌 세상이 열렬히 반겨줄 것입니다. 나와 이웃을 사랑하고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심호흡하세요.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성취감도 들고 인생의 참맛이 느껴질 것이에요. 그때가 되면 당신 곁에는 목숨과도 바꿔도 아깝지 않을 존재가 찾아올 것이에요.


지내는 동안.. 고마웠어요.


- 언제나 당신 곁에 머물 K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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