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치앙라이 사원 답사기
나는 무신론자다. 그래서 종교시설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비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특정 종교에 대한 이해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도 태국에서는 성지순례 온 신자들만큼이나 사원을 많이 가게 된다. 특히나 치앙마이 올드타운 안에는 불교 사원들이 곳곳에 존재해 굳이 찾으려고 안 해도 강남에서 스타벅스 찾기 만큼이나 쉽게 사원을 만날 수 있다.
태국 사람들에게 종교란 형이상학적인 그 무엇인가가 아니라 그냥 일상 속에 녹아든 문화처럼 느껴졌다. 가장 인상적인 풍습은 탁밧, 혹은 탁발이다.
"승려는 무소유를 행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자신이 먹을 음식까지도 빌어 구해야 한다. 이런 수행자들을 위해 평신도들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 같이 먹자'는 의미로 아침 일찍 먹거리를 가지고 나와 승려들을 맞이한다.
길에서 탁발 행렬을 볼 기회는 없었지만 묵었던 호텔 옆 작은 사원에서 스님들에게 공양하는 신자들을 볼 수 있었다. 도시락에 밥과 반찬 등을 담아 공양을 하고 스님은 축복의 불경을 외웠다.
이번 여행에서 인상적인 사원은 네 군데였다. 치앙마이에서는 왓프라싱과 왓우몽, 치앙라이에서는 왓렁쿤과 왓프라깨우. 왓(wat)은 '사원'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원은 '왓xxx'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왓프라싱은 '신성한 사자 사원'이란 뜻이란다. 여기서 '싱'은 태국맥주 하면 흔히 떠올리는 그 '싱하(singha)'가 맞다. 싱하 맥주에 그려진 사자와 비슷하게 생긴 동상들이 사원 안에서 자주 보였다. 사원 안 장터에는 간식이나 옷가지, 기념품 등을 사고팔아 활기가 넘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보라색 아이스티를 사 마시고 친구는 태국 전통 복식의 디자인을 딴 핸드메이드 블라우스를 사 입으며 일주일 간의 여행을 시작했다.
왓우몽은 '숲 속 비밀의 사원'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수목원처럼 상쾌한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사원과 탑, 불상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축물과 계단에 이끼가 낀 이끼가 마치 앙코르왓에 온 듯한 신비감을 줬다. 다른 태국의 사원들이 금칠을 해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다면 소박한 모양새를 한 왓우몽은 이까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잊혀진 사원을 발견한 인디아나 존스가 된 기분이었다.
화이트 템플, 왓롱쿤에서는 그 거대한 위용과 디테일한 조각에 입이 안 다물어졌다. 게다가 이 거대한 사원을 개인의 사비를 털어 만들었다고? 찰름차이 코시피팟이라는 예술가가 약 20년 전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위해 짓기 시작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불교의 3계인 지옥계, 현생계, 극락계를 형상화했는데 멀리서 보기엔 순백색의 공주풍 건물이려니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지옥의 아비규환을 표현한 손에 각종 그로테스크한 조각들로 섬뜩하기도 했다.
치앙라이 왓프라깨우는 에메랄드 불상이 발견된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1400년대 불탑에 번개가 내리치면서 에메랄드 불상이 발견됐단다. 현재 진본은 방콕의 왕실사원, 왓프라깨우에 보관돼 있지만 모조품으로나마 진본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공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사원 안에 젊은 연인이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었다.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저리도 간절하다면 저들에게는 신이 존재하길...
에메랄드 부처상이 나왔다는 치앙라이 왓프라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