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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을러져 보는 일요일

by 끼리

전날 밤 남편에게 말했다.

“질릴 때까지 늦잠 잘 거니깐 방해하지 마”

남편은 아침 일찍 친구와 마침 운동 약속이 있어서 내 미션을 무사히 성공했다. 나가는 줄도 모르고 잠을 잤기 때문이다.


알람도 못 듣고 내리 잔 일요일. 핸드폰 진동소리에 잠에서 깼다. 운동 끝나고 집에 오려는 남편의 전화였다


“설마 아직도 자?”

“당연하지, 안 그래도 이제 일어나려고 했어”

“대단하구만, 먹을 거 뭐 사갈 게 없네”

“그렇다면 라떼 한 잔만 사다 줘 “

“오케이~”


통화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12시 53분

마침 허리가 아프다 했다. 물론 푹 자는 건 못하고 자는 내내 이런저런 꿈을 꾸며 찌뿌둥하게 일어났다


그래도 어제의 늦잠 자겠다는 나의 다짐은 성공이다



괜히 그런 날, 아니 그런 주간이 있다

늘어지고 싶고, 별거 없이 빈둥거리고 싶은 날들

어제오늘이 나에겐 그랬다. 마음을 쉬게 하고, 몸도 쉬게 하고. 이상하게 이런 날은 늦게 일어나도 시간이 안 간다는 장점이 있다. 그 정도로 빈둥거렸으니 뭐라도 하라는 걸까. 시간의 비율을 맞출 수 있을 만큼은 속도가 조절되는 기분이다.


덕분에 내일 출근 준비도 미리 해두고, 할 일을 다 마친 채 자리에 일찍 누워 글을 쓴다. 영상 몇 편 보고 잘 시간도 넉넉하게 말이다. 일요일 하루 게으르게 천천히 잘 보냈다. 굿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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