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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와 커피

by 끼리

컨디션이 회복되어 감과 동시에, 다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물론 아이스커피는 아직 섣부른 단계라 아침이건 낮이건 따뜻한 커피로만 만족한다


평소 출근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날이면,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나의 시선은 길 건너 카페로 고정된다. 그리고 시계를 들여다본다.

“아직 커피 살 시간은 있구나”


회사 앞에서 괜히 들어가기 싫어질 때 몇 분의 도피처로 카페에 향한다. 회사 앞에만 오면 왜 그렇게 눈꺼풀이 무거워지는지, 발걸음은 왜 그리 느려지는지, 하품은 왜 연속 발사하는지 모를 일이다.


신호가 바뀌고 나는 회사 입구를 지나쳐 카페로, 그리고 커피 한잔을 사서 올라간다.


내가 생각하는 커피를 살 여유시간은 단 10분. 그 보다 시간이 짧게 남는 날는 늦을까 봐, 마음의 여유가 없어 못 본 척 카페를 지나친다


오늘 아침도 6분여를 남겨두고 횡단보도 앞에 선 나는 어김없이 시계를 보고 카페에 들르지 않은 채 회사로 향했다.


오전에 마시지 못한 커피는 오후에라도 마셔야겠다는 괜한 보상심리의 발동으로 커피를 샀고, 오후에 다 삼킨 커피는 나의 밤잠을 또다시 습격하지만 별 수 없는 일이다.


커피 때문이라도 부지런히 출근하는 건 순기능일 수도 있겠다. 내일의 횡단보도 앞 나의 선택은? 커피를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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