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집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고 한다.
이번 집에서는 좀 더 길게 살아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도 했었지만 어느새 계약기간 2년 중 1년이 도래한 시점이었다. 나는 싫증도 금방 나는 편이라 그동안 계약 연장을 해 본집이 한 집도 없었다. 그렇게 2년마다 허공에 돈을 날리며 어느새 4번째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다. 그때마다 나름의 이유는 다 있었다.
살아보고 싶었던 동네이자, 위치는 정말 좋았지만 벌레가 많아 살 수 없었던 첫 번째 집. 처음 알게 된 동네지만 직장과 멀지 않고 동네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좋았지만 엘리베이터 없는 6층이라 배송, 배달이 눈치 보였던 두 번째 집. 1,2 집의 단점을 최대한 줄이고 타협하여 주차가 편리하고 직장도 20분 이내라 편리했지만 70년대생이라 오래된 집의 컨디션을 감수해야 했던 세 번째 집. 4층이내, 평지, 일렬주차, 역세권이자 출근버스 정류장이 가까운 지금의 집. 그동안의 집 중에서는 컨디션으로 보나 위치로보나 여러모로 만족하지만 내년이면 혹은 조금 더 빠르게 또 한 번 이동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매수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서울에서 평생을 살아왔지만 서울에 내 돈 주고, 아니 은행 돈 주고 거주할 집을 살 수 없다는 게 서울을 벗어나야 집을 살 수 있다는 게 난감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사실 굳이 집을 살 필요를 없다고 느끼며 그동안 지내오기도 했는데, 이런저런 집에 대한 영상들도 접하면서 이제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할 시기가 온 게 아닌가 싶다. 집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명분도 있으니, 이것도 타이밍이라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떠나고 싶지 않고 정착하여 오래 지내고 싶은 집을 만나게 될 수 있을까. 그동안 모두 다른 동네에서만 살아봤는데 (사실 결혼 전까지 29년을 한 동네에서만 살았던 게 갑갑하기도 지겹기도 했었다. 제대로 갖춰진 것도 없는 고립된 느낌의 동네) 마음 붙이고 살 동네이자 집을 만날 수 있을지 하고 말이다
애초에 이것조차 허황된 꿈일지도 모르겠지만.
물론, 돈이 여유 있게 있다면 사실 고민할 문제도 아니겠지만, 어쩌면 인생 중 가장 큰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당분간은 무언가 정해지기 전까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봐야겠다. 무엇을 원하는지, 정착할 마음이 있는지, 있다면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