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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다 보면

by 끼리

볼 게 없어서 채널만 주구장창 돌리며 하루를 보내다가 잘 준비를 하는 밤 10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마음이 차분해졌다. 티비도 완전히 끄고 피아노 음악 하나 잔잔하게 틀어 다이어리를 끄적인다. 낮에 지나가다가 볼펜들을 왕창 떨어뜨려서 펜이 안 나올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별 이상은 없다. 이 펜 저 펜 바꿔가며 다시 끄적거린다.


적다 보니 ‘귀찮아’라는 단어가 자꾸 튀어 오른다. 이런저런 하고자 하는 불꽃은 조금씩 피어나는데 그게 큰 열정으로는 타오르지 않는다. 정말 귀찮아서일까, 귀찮다는 단어로 포장한 아직은 나도 알아채지 못한 다른 의미일까.


어쩌면 하고자 한다는 게 사실은 아득히 막연한 일이라 안개에 갇혀 답답한 마음이려나, 아니면 허상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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