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서른 중반, 이렇다 할 꿈 없이 초, 중, 고, 대학을 지나 직장인이 되기까지 별다른 이슈조차 없는 사람이 여기 있다. 요즘 생활기록부를 다시 보기가 유행하면서 열람을 해보았는데, 12년 학교 생활 내내 행동 특성란에 짜기라도 한 듯 같은 뉘앙스의 말들만 적혀있었다. '교우관계가 원만하며, 성실히 맡은 바를 한다' 마땅히 적을 게 없어서 평범하게 적어 준 느낌. 모든 학창 시절을 통틀어 평범함을 인정받았다.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라고 자각하고 있고, 서류로서 인정도 받았지만 수집이라도 하듯 평범함, 취향을 중점으로 둔 에세이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나. 그 속에서 어떤 나은 삶을 살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요즘 많은 에세이들에서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고, 평범한 삶에서 얻은 깨달음 혹은 그런 삶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 이런 주제를 많이 내고 있는데, 그동안은 잘 몰랐다가 어느 날 문득 의아함이 들었다. (내가 읽었던 책을 한정하여) 책을 낸 거의 대부분의 작가들의 글에서 공감 가는 내용이 대부분이기도 하면서 그들은 모두 특별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일러스트레이터, 마케팅, 디자이너, 프리랜서, 웹 관련 전문가 등등, 소위 말해 전문직으로 업을 삼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상했다. 분명 사람 사는 거 별거 아니고 공감 가는 생활인데 이상하게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보다 훨씬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더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글에서 느껴지는데 그게 평범함 이라니. 그럼 난 평범 이하인가?
이력으로 보나 성장과정으로 보나 이토록 평범할까 싶은 나인데, 나의 평범함을 되짚어 보고 이 평범함 속에서 난 어떻게 변해갈지 얘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