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머물다 보면 다른 건 몰라도 내 직업적인 미래는 눈에 보인다
나름 이직 좀 해 본 사람으로서 이 정도의 능력으로는 이직해 봐야 거기서 거기. 경력으로는 내세울만한 것들은 아니기에 더 나은 곳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돈을 크게 바라는 것도 아니다. 모름지기 받는 만큼 일이 힘든 건 사실이니까. 20대 때처럼 살아남으려고 체력과 영혼을 갈아 넣으면서 일할 힘도 애초에 그런 열정도 없기에,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버는 삶을 택했다.
표면적으로는 '그거면 됐지'라고 나를 다독였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직업은 그저 나에게 삶을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버는 수단으로 생각해 와서 그런지 직업을 바꾸는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나이라는 제약이 날 점점 옥죄여 오는 건지 일에서의 큰 성취감이나 안정감 없이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는 나의 불안한 마음이 옥죄여 오는 건지 왔다 갔다 요동치는 마음을 도통 모르겠다
지금 이 직장도 운이 좋아 더 길게 다닌다고 해도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 점점 힘든 나이가 되어가는데 종종 들려오는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의 소식과 늘 들여다보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속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들은 행복해 보였고, 자신감 넘쳐 보이기도 했으며 나 자신을 드러내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방구석에 앉아 늘 부러워하기만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고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였다
쉬는 날에는 새벽녘에 잠들어 낮 시간이 다 되어서야 일어나고 집 밖에도 안 나가고 또 눕는다. 놀러도 다니고 운동도 하는 사람들이 참 부럽지만 말로만 그랬다. 말로만. 그렇게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 보면 쓴 에너지가 없으니 당연히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럼 또 새벽까지 뜬 눈으로 잡생각을 하고, 애꿎은 휴대폰만 들여다보거나 그렇게 2-3시간 자고 출근했다. 그 뒤 얘기는 들어보나 마나 뻔하다. 피곤하고 일이 버겁고 그럼 그날은 퇴근하자마자 뻗고 , 다음날은 또 너무 많이 자서 잠을 못 자고 악순환인 거다
사실 안팎으로 에너지가 없었던 것 같다. 움직일 힘, 무언갈 하고자 하는 힘, 모든 바탕이 되는 체력도.
그러다 보면 불쑥불쑥 이런 감정이 차오를 때가 있다. '하루가 너무 아깝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 시간만 보내다가 결국 애매한 시간이 되고, '벌써 저녁이네, 됐다 그냥 있자' 너무 한심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은 가끔 위로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해주곤 했다
"맨날 어떻게 활동적으로 보내, 그냥 멍 때리고 쉬는 날도 있는 거지. 그거야 말로 정말 쉬는 거야"
처음에는 그냥 생활에 일부처럼 느껴지지만 이게 얼마나 삶을 갉아먹는지 나도 이때는 몰랐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쉬는 날만 이어지다 보면 삶 자체가 무기력해진다는 것을.
생각은 늘 하지만 그대로였던 나는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이런 생각들을 달리 하게 된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