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가장 큰 첫 번째 시련은 이혼의 위기였다
결혼 4년 차, 2022년도는 나에게 암흑과도 같은 시기였다
22년 4월 1일 거짓말처럼 코로나에 걸리면서 비극이 시작됐다고 믿는다
몇 주를 고생하며 서로 예민해져 있었고, 직장에서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각자 받고 있었다
퇴근하면 서로의 직장에서 힘들었던 얘기를 하기 바빴다
대게 대부분의 부부들이 저녁시간에 대화가 오늘 직장에서 어땠고 누가 뭘 했고 너무나 사소한 대화의 주제인데 이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모름지기 곱게 듣지 못하는 때가 온다
"힘들어, 너무 스트레스받는다"
"계속 다닐 필요 없어, 그렇게 스트레스받을 바에는 그만두고 쉬어" "무리할 필요 없어"
매일 대화의 끝은 저게 끝이다
그만두라고 하는 주체만 매일 달라질 뿐
처음에는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당연히 알지만 그렇지 못한 순간이 왔다
"그만두는 게 쉽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왜 그래?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됐어, 그만하자"
이렇게 냉전의 시기를 맞이한다
어느 날은 나도 오기가 생겨 시험을 해봤다 (나도 참 못됐지) 역시나 피곤한 얼굴로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그, "왔어?" "밥 먹었어?" 기본적인 얘기 말고는 말을 안 걸었다
그 역시 나에게 특별히 말을 걸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가 끝난다
다음날도 마찬가지다
같이 쉬는 날이었는데, 밥 먹을 시간 전까지 말을 안 거니 대화가 일절 없다
몇 시간에 침묵 끝에 "밥 먹어야지"
그도 내가 뭔가에 기분 나빠하고 있음을 진작에 눈치챘다. 나도 알고 그도 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풀어줄 마음이 안 생겼고, 결국 서로 감정이 폭발했다
여전히 대화 속에서도 '나는 이런데 넌 어떻게 그래', '나도 힘들어' 그러다 갑자기 그는 끝내자고 했다.
이런 결말까지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냥 싸움이 길어졌고 언젠가 풀리겠지였는데 이혼을 고려해야 하다니
그렇게 솔직해 본 적이 없을 거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안 되겠다 싶어 이렇게도 얘기해 보고 저렇게도 얘기해 보고 마음이 바뀌지 않겠구나라는 판단이 생겼고, 마음을 비웠다
그렇게 불편한 상황을 몇 달 내내 겪으면서 난 안팎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온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와 가려움으로 피부과를 전전했고 매일 잠을 못 자 직장에서 일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정신과를 찾았고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진단받아 약 처방도 받았다. 막상 약은 받았는데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 (약 먹기가 사실 좀 무서워서) 사설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했다
처음으로 모르는 누군가에게 나의 상황과 속 얘기를 꺼내는 게 너무 어색했는데, 그런 우려가 무색하게 그곳에서는 모든 걸 말하게 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눈물이 난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눈물이 흘렀다
물론, 1회에 15만 원이라는 비용은 부담이어서 많이 받진 못했다. 이혼하고 나면 혼자 벌어서 혼자 살아야 하기에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니 더 받을 수가 없었다
정신건강이고 나발이고 생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각자 피폐해질 무렵이 추석 즈음이었는데, 이혼에서 한 발 물러나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하고 별거를 시작했다. 양쪽 집에서도 난리가 났었다.
난 현 집에 머물렀고, 그는 본가로 들어갔으니 그쪽의 압력도 상당했을 것이다
혼자 있는 동안에 평소 왕래가 없던 형님도 따로 연락을 주셔서 만나 위로를 또 회유를 하시기도 했다
그러다 중간중간 집에 물이 새서, 고양이가 아파 병원에 갈 일이 생겨 이래저래 연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생겼는데, 그때가 떨어져 지낸 지 한 달 반 정도였나 고양이와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현관문을 닫으며 그는 '곧 올 거야 잘 지내고 있어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가 정말 한 달을 채 넘기지 않고 돌아왔다. (현관문이 닫히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안도감과 서글픔이 몰려와 현관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었다. 이 긴 두려움도 곧 끝이 나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렇게 두세 달여 만에 우리는 이혼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잘 살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늘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었다
그도 사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는데, 그게 오히려 나를 빌미 삼아 뒤집어씌웠었다며 미안하다고 했고, 나 역시 점점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줄고 멀어지는 것 같아 서운했었다 미안하다는 구구절절 화해의 시간을 오래 가졌다
'다른 건 몰라도 서운한 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꼭 말하자,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너무나도 길고 길었던 22년 한 해가 끝나가는 어느 날 우리는 그렇게 화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