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끼리 Nov 06. 2024

좋아하는 건 모르겠지만, 별로인 건 알 수 있잖아

이제부터 좋아하는 걸 하나씩 해보자라고 마음먹었지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안다는 건 정말이지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그래! 별로인 거 먼저 걸러내자, 안 좋아하는 건 너무 명확하잖아?!"



쉬운 주제부터 접근했다


<음식>

흰 우유

치즈

올리브

해초류

연어

크림치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난 안 좋아한다. 잘 먹지도 못하고.

-특히 대부분의 맛집은 치즈 안 들어간 음식이 없어서 나 같은 치즈헤이터는 먹을 수 있는 게 없다

-제 값 주고도 빼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아쉬운 상황이지만 못 먹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사람>

공과 사 구분 못 하는 사람

무작정 친한 척하며 다가오는 사람

활발하지만 성격으로 무마하려는 사람

초면에 나이확인하고 말부터 놓는 사람

본인 일도 잘 못하면서 지적만 하거나 훈수만 놓는 사람

같은 말이라도 기분 나쁜 말투로 얘기하는 사람


 -사람을 판단하는 부분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이 아닐까 싶다

 -'너는 너' '나는 나'를 하고 싶어도 위 성향의 사람들이 다가오면 난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

 -인생 딱 1번 직장동료와 싸운 일이 있었는데 위 유형 중에 한 사람이었다


<환경>

사람이 많은 곳

클럽음악 같은 시끄러운 음악이 있는 곳

하고 싶지 않아도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곳


-사람이 많은 길만 지나가도 소위 말해 기가 빨린다

-음악 듣는 건 좋아하지만 심장이 쿵쿵거릴 정도의 시끄러운 음악은 싫다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면식 없는 사람과 인사를 한다던가 나를 내비쳐야 하는 건 정말이지 쥐약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내 소개를 할 때 말하기 가장 어렵고 생각조차 안 나 망설이게 되는 질문이 난 있다


<질문의 유형>

취미나 좋아하는 게 뭐야?

장점이 뭐야?

이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난 취미도 좋아하는 것도, 내 장점도 , 내 생각도 말하는 게 너무너무 어려운 사람이었다. 지금도 이력서에 취미, 특기, 장점을 쓰는지 모르겠는데 평생을 살면서 도저히 왜 묻는지 모르겠다 이 부분을 안 쓰면 내가 누군지 판단하기 어려워서일까. 내 생각을 말하는 것도 의외로 너무 어렵다. 특히 책을 읽고 독후감이나 이 책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것은 나는 특히나 곤욕이다. 글이 너무 잘 읽히고 괜찮았다로 끝나면 좋은데 거기에 덧 붙여 내 생각까지?


여기에 숨은 나의 불편함은 아무래도 이거였던 것 같다. '내 생각이 다른 사람과 다르면 어쩌지' '남들이 만족할만한 답을 내지 못할 것 같은데' '의도가 있는 질문인데 그 의도에 맞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하다 보니, 그냥 툭 내뱉어도 될 생각이 목구멍 근처에서만 뱅뱅 맴돌다 입 밖까지 소리는커녕 숨도 뻥 긋도 못한 채 ‘글쎄’ ‘잘 모르겠어’라는 대답으로 얼버무린다



그래서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나만 볼 수 있는 다이어리나 메모장에 종종 생각나는 것들을 적는다. 일상을 지내면서 '그래 오늘 이건 정말 별로더라' ’이런 생각, 표현은 어휴‘ 하는 것들 말이다


이렇게 별로인 것들을 적어나가다 보면 깨닫게 된다. 별로인 거 싫은 거에 반대는 내가 생각보다 괜찮을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것임을! 그럼 또 적을 수 있다. 좋아하게 된 것들을. 아직은 싫어하는 것들이 훨씬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차차 좋아하는 것들이 넘어설 것이다.


이렇게 나를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을 시작한다



이전 06화 누구나 한 번쯤 시련을 겪는다_2 (삶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