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꿈틀이를 시작으로 작은 꿈틀이들을 하나씩 늘려가는 중이다.
1) 귀여운 타투
의미를 담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예전까지만 해도 타투 한 사람들을 보면 안 좋은 시선으로 보곤 했었는데, 귀여운 세상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실현시킬 수도 있고 내 시선에서는 눈살 찌푸려지는 게 아닌 몽글몽글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고양이 한 마리를 했고, 생각보다 아프지 않아서 다음 타투를 계획했다. 종종 나에게도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네잎클로버를 새겼고, 이후에 행운이라는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행복해지자라는 염원을 담아 은방울 꽃과 내가 좋아하는 아카시아꽃을 담았다. (은방울꽃의 꽃말은 ‘틀림없이 행복해진다’ 이보다 완벽한 꽃말이 있을까 싶었다). 최근에는 눈사람 하나 손목에 새겼다. 내 이름이 눈과 관련된 이름이라 꼭 하나 새기고 싶었는데,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아기자기하고 마음에 쏙 들게 구현됐다
2) 좋아하는 것들에 표현하고 참여하기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글을 보면 의례적으로 습관처럼 읽은 글에 도장 찍듯이 좋아요를 누르곤 했었다. 물론 친한 친구들의 글에는 기꺼이 누르지만 그 외는 너무 형식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진짜 좋았던 글에만 눌러봐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글 초반에도 있지만, 난 에세이를 참 좋아하는데 그중 유일하게 나왔던 책을 다 본 작가님이 딱 한 분 있었다. 그 작가님의 인스타그램계정도 팔로우하고 있었고 나의 아주 작은 팬심을 표현해보고자 하는 용기가 그날 밤 갑자기 솟았다. 마음속에 꿈틀 하는 일은 바로바로 실현하자. 책장에 꽂혀있는 작가님의 책을 쭉 나열해 스토리로 올리고 작가님도 태그 했다. 친구 말고 다른 사람은 처음 태그 해봤다. 그 정도로도 충분했는데, 작가님이 나를 팔로우하고 내 스토리도 올려주시다니? 친절히 디엠도 보내주시기까지! 좋은 마음을 표현했더니 더 웅장하게 되돌아오는 그때 그 기분은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 그 스토리가 올라간 후 몇몇 애독자들이 본인들의 책들도 스토리에 따라 올리는 걸 보고 속으로 흐뭇했었다
김혜원 작가님
개인적으로도 공감이 많이 되고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어서 참 좋아한다
23년도가 나에게는 참 책을 많이 읽은 한 해였는데, 그 쯤 브런치 스토리도 처음 시도해 봤고 그때 알았던 책 중에 박근호 작가님의 비밀편지라는 책이 있다. 이미 발간된 후 한참이라 서점 메인 매대가 아닌 ㄱㄴㄷ 순의 책장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이었는데, 그때부터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종종 글을 들여다봤었다. 그러다 우연히 작가님 계정에 글쓰기 수업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됐는데, 심지어 오프라인 수업. 예전에 나라면 망설였을 뿐 아니라 절대 안 해봤을 일이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꿈틀 했다면 시작해 봐야지
그렇게 홀린 듯이 올해 여름 6주의 글쓰기 수업을 신청했고, 첫 수업날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 들어갔다. 정말 운이 좋게도 약간의 착오가 있어서 6명 정원인 수업에 나와 다른 수강생 단둘이 수업을 받게 되었고, 분위기가 너무 무겁지 않아 내가 이렇게 내 생각을 잘 말하는 편이었나 할 정도로 수업에 잘 녹아들었다. 일주일에 1번씩 수업이었지만 매주 수요일 수업이 기다려졌다. 수업을 다닌 후로 종종 나는 내 블로그에 글쓰기꿈틀이라는 주제로 생각이 떠오르는 날에 글을 올리곤 했다. 물론 똑똑한 수강생은 아니었어서 배운 걸 사실 잘 응용하지는 못했지만, 일기장 말고도 내 생각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든든한 일이었다.
3) 나만의 루틴 만들기
나는 최근 몇 년 잠드는 게 쉽지 않았었다. 숟가락 들 힘이 없을 정도로 힘든 날에만 뻗어서 잘 수 있었고, 하루 많이 자게 되면 그다음 날은 영향을 받아 못 자고 계속 이런 생활을 반복했었는데, 이렇게 살 순 없다고 마음을 먹었다. 많이 움직이고 있는데도 못 자는 거라면 일찍 일어나 봐야겠다라고. 남편은 새벽출근을 하고 있어서 4시 반에 일어나는데, 처음부터 그 시간에 일어나는 건 도저히 무리라 출근하는 날 일어나는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보기로 했다. 일명 모닝꿈틀이의 시작. 워낙 미라클모닝을 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수십 가지의 루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중 나에게 맞는 루틴을 찾아야 하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해봐야지! 그렇게 기상시간을 정하고 일어나서 할 아주 작은 것들부터 채워 나갔다.
처음에는 3일 목표로 시작했고, 3일 성공 후에는 7일을 목표로 그다음은 10일 목표, 20일 목표로 차츰 늘려나갔다. 중간중간 루틴들은 추가하기도 삭제하기도 계속 나한테 맞는 방향으로 현재도 수정하고 있다. 모닝꿈틀이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잠을 제시간에 잘 잘 수 있게 된 건 큰 수확. 그중 제일 좋았던 루틴은 몇 가지 있다
눈 뜨자마자 이불 정리 하기
남들은 다 하고 있을 텐데, 루틴이라 하기도 민망하다. 항상 애벌레 마냥 몸만 빠져나왔었는데 이거 하나 했다고 '오늘 하루 시작이다'라는 느낌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게 좋았다. 미관상으로도 물론 좋고.
스트레칭요가 하기
요가를 배운 적은 없지만 스트레칭에 가까운 요가를 매일 아침 한다. 잘 안 돌아가던 목도 돌아가게 해 주고 찌뿌둥한 몸을 가볍게 해 주니 아침 루틴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자전거 타기
여름에서 슬슬 가을로 넘어갈 무렵에 집 앞 천에서 아침 일찍 따릉이를 탔었다. 출근시간 무렵인데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에너지가 넘치는데 그 사이를 자전거로 바람을 가르며 타고 있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그 길로 1일권이 아닌 한 달 정기권을 결제했다. 휴무일에만 탔으니 일주일에 3번은 꼬박 탔는데, 엉덩이가 아파서 20분도 겨우 탔었던 따릉이는 이제 한강 도착을 목전에 두는 거리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어릴 때는 잘 탔었는데 성인 되고서는 딱히 탈일이 없었기에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고 자전거를 타면서 맞는 아침 바람은 보통 바람이 아니라 잠시 휴식, 곧 봄이 오면 다시 정기권을 결제해서 주야장천 탈 예정이다
다이어리 쓰기
올해부터 적고 있는 불렛저널 다이어리가 있다. 만다라트, 올해 계획, 모닝페이지, 저녁일기 등등을 적고 있다. 열심히 작성한 달도 있고 그렇지 못한 달도 물론 있지만 쓰다 보니 어느 정도 내가 어떤 부분을 필요로 하는지 가닥이 잡히고 있어서 내년 다이어리는 좀 더 수월하게 결정하고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처음은 누군가의 행동을 모방해 보면서 내 것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위에 적은 꿈틀이들 말고도 난 아직 해보고자 하는 꿈틀이들로 점점 마음 한편을 채워가고 있다.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내 마음을 꿈틀 한 것은 바로 '거실에 트리 만들기'이다. 아주 어릴 때 해봤고 사고 난 후에 처치곤란이라는 걸 너무 잘 알아서 나는 내 집에 절대 안 해야지 했던 것인데, 이상하게 올해는 트리를 꼭 하고 싶다. 일하다 말고 남편한테 카톡을 보내기도 했다. "올해는 거실에 트리를 만들어야겠어" 그는 황당하다는 이모티콘만 보냈지만 난 긍정이라 답하며 내 준비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한 번도 안 가본 동네로 산책 다녀보기, 단골 카페나 음식점 만들어보기, 겨울에 스노보드 타보기, 드럼 배워보기, 꾸준히 하는 것 중 성과를 하나정도 내보기 등등 생각하고 계획만 세워보는 것만으로도 한편에는 '와 나 할 일 정말 많네?' '이번에는 아주 바쁘게 보내겠어'라는 마음이 차오르니 설레기도 한다
마음 한편에 꿈틀 하는 일은 생각보다 사소하기도 일정 시간을 내어야 하기도 한다. 마음속이 꿈틀 한다는 건 어쨌든 설레는 일이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
오늘도 , 아니 지금 무언가 꿈틀 한다면 일단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