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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Sep 23. 2019

아픈 손가락

수필 & 에세이 &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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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 번 마주치고 스쳐버리기에는 너무도 따뜻했던 사람들. 그 마음들, 그 느낌들. 무료했던 내 평면의 세계에 들어와 뾰족이 솟아오르는 돌출을 만들어 놓고, 어느 날 가뭇없이 사라져 버린 사람들. 잘 가라는, 잘 있으라는 그 흔한 인사조차 없었다. 


그들과 나의 관계라는 소우주. 그 안에 젖어들지 못하고, 스며들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는 그들은 내게 아픈 손가락이다. 애초에 한 몸, 한 뿌리에서 같은 뜻을 지니고 자라난 손가락이었다. 그러나 우연이 필연으로 바뀐 어떤 불안을 감지했던 것일까. 그래서 종내 그 불안으로부터 도피했던 것일까. 


그들이 떠나고 난 후, 기다림으로 점철된 시간들은 무엇으로 메워야 하는가. 허무에 빠진 그 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 이제 그 시간들은 읽는 행위와 무언가를 쓰는 노동으로 바꾸어 가련다.  


나는 오늘도 욱신 거리는 손가락을 매만진다. 내게는 아픈 손가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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