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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혜랑 Oct 18. 2024

일상 속에 숨겨진 진주

글쓰기가 알려주는 정체성

예상치 못한 작은 사고를 겪었다. 1년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인과 오랜만에 만나 서로 숟가락, 젓가락을 파악하며 흥분하던 중 못내 아쉬움을 달래며 좀 더 깊은 대화를 하고자 *썸*레이스로 자리를 옮다. 주차 공간이 부족함을 핑계한 급한 마음이 대충 전면 주차를 했다.


퇴근 시간은 다가오고 집에서 저녁을 할 것을 생각하며 아쉬운 맘 뒤로했다. 웬걸?,  출차를 하는데, 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이 가려버린 눈은 범퍼가 스토퍼에 걸렸다는 것을 상상도 못 하게 했다. 나는 몇 번이고 후진을 시도했는데 소용없었다, 결국 앞 범퍼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았다. 주변 사람들은 내 실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그 사건이 작은 모험과도 같았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이 실수가 나를 나름대로의 성장으로 이끌었다.


그 사건 이후, 내 일상 속에서는 어쩌면 더 큰 '모험'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사건처럼 지나가는 순간들 속에서도 내가 내린 선택들이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검색하다가, 문득 눈에 띈 글쓰기 모임에 덜컥 신청했던 그날도 그랬다. 그 순간엔 나만의 용기가 손가락을 움직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100%의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열정은 점차 시들어갔다. 마침내 모임 날이 되었을 때 나는 늘어난 잠옷을 입고 TV 앞에서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내 안에는 ‘이곳이 나와의 인연의 끝인가?’라는 생각만이 떠돌았고, 그렇게 모임에 대한 기억은 사라질 뻔했다.


한 달이 지나, 우연히 당근마켓에서 다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찾던 중이었다. 그때 문득 채팅창 알림이 떠올랐다. "오늘 모임이 있었지!" 하고 잊고 있던 그 모임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갈까, 말까? 거실 바닥에 널브러진 사랑이 털을 슬리퍼로 밀며 고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면의 작은 용기가 나를 움직였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모자부터 쓰고, 참가비를 이체한 뒤, 나는 다시 모험의 길로 들어섰다.


차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경쾌했고, 나는 글쓰기 모임이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렸지만, 오히려 이런 작은 어려움이 나에게는 또 다른 모험처럼 다가왔다. 마침내 모임 장소에서 나는 4명의 모임 멤버들을 만났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서히 친밀감이 형성되었고, 오후 6시가 되자 우리는 그날의 주제인 ‘모험’에 대해 각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모험이라 하면 나는 뭔가 손에 잡히지 않는 대단한 무엇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얼마 전 제빙기 하나를 구입하면서도 작지만, 나에게는 꽤나 큰 모험을 경험했다. 여름 장사를 준비하며 제빙기가 필요했는데, 그 당시에 나는 제빙기의 종류나 용량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여러 리뷰와 제품 설명을 비교해 가며 결국 제빙기를 주문했지만, 막상 도착한 제빙기를 보니 그 크기와 소리에 깜짝 놀랐다.


처음 전원을 켜는 순간, 제빙기에서 뿜어지는 열기가 과도했고 기계음은 천정을 뚫을 듯 컸다. 그리고 얼음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깜짝깜짝 놀라야 했다. ‘내가 이걸 제대로 산 걸까?’라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들었다. 제빙기가 필수 아이템인 여름에 갑자기 벼락같은 고장이라니, 고객들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급하게 선택했던 기계. 그 후 며칠간, 나는 제빙기의 소리와 싸우며 적응해 나갔다.


얼음이 덜 만들어졌을 때 고객에게 얼음 없이 음료를 제공해야 했던 순간, 나는 그 작은 기계가 가져다준 변화와 변수들, 새로운 기계의 구입으로 인한 일련의 싸움. 이 작은 것들이 매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운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감했다. 고객 한 명이 나가고 나면 또 다른 고객이 오기 마련이었고, 그때마다 나는 얼음 상태를 점검했다. 때로는 기계가 멈추는 바람에 손수 얼음을 추가로 만들어야 했던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문제들 덕분에 나는 내 장비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고, 고객의 요구에 더욱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제빙기를 통해 배운 교훈은 나에게 큰 자산이 되었다. 매일 사용하는 이 기계 하나가 얼마나 많은 고객의 만족도를 결정짓는지, 그리고 내가 매일 하는 작은 결정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일상 속에서 계속 작은 모험을 하고 있었다. 주차 실수부터 제빙기 사건, 그리고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지금까지, 내 모든 일상이 모험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모험이라... 언제 내가 진정한 모험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문득 나는 내가 일상에서 매일 작은 모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내게 있는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했다. 내가 알아채지 못한 귀중한. 나는 그날의 깨달음을 통해, 일상의 작은 선택들이 모두 중요한 모험임을 더욱 깊이 알아간다. 나는 매일매일 내 인생의 탐험자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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