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사람이 태어난 날'을 의미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생일은 그저 또 하나의 지나가는 날일 뿐이었는데. 매일매일이 선물 같은 날들이었고, 특별히 생일을 챙길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는데. 어느 날 남편이 묻더라. "당신 생일 언제 챙겨봤어?" 순간 나는 대답이 막혔다. 애 셋을 키우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느라, 그럴 여유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게 되뇌었다. 나는 전쟁 같은 시간을 보냈고, 전투적으로 살아왔다고.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며 문득 생일이라는 날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생일이 그저 내가 태어난 날일 뿐일까? 더 큰 의미가 담긴 날일 수 있지 않을까? 오래전부터 "생일은 부모님께 감사하는 날"이라고 배웠지만, 그저 형식적인 말로만 들렸던 것 같다. 이제야 나는 생일을 맞이하며 부모님이 나를 이 세상에 보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을 되새기고 있다. 이 생각을 하니, 매년 나이테처럼 쌓여가는 내 생일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띠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나무를 심고 키우기 위해서는 우주 전체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물, 공기, 햇볕, 바람,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나무는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나 또한 그렇게 자라왔다. 나를 지탱해준 가족과 친구,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준 사람들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나무의 나이테가 그 나무의 모든 시간을 품고 자라듯, 내 생일도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과 사람들의 도움을 품고 있다.
행복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나는 행복은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듯,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사건에서 시작된 행복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기가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가듯 삶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행복은 작은 씨앗처럼 우리의 마음 속에서 싹을 틔우고, 점차 자라나 세상 속으로 뻗어 나간다. 언어를 배우고 감정을 익히듯, 우리는 이 행복이 자라는 모습을 천천히 지켜본다. 성숙해진 행복은 마침내 우리의 삶 속에서 파장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행복의 성장은 결코 빠르지 않다. 마치 나무가 한 해 한 해 나이테를 더해가며 자라듯, 우리의 행복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일은 지나온 시간의 겹겹을 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에게 있어 생일은 그저 일상의 연장선이었다. 바쁜 업무 속에서, 아이들 양육 속에서, 그리고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생일은 단순히 지나가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생일이 주는 의미가 더 깊어졌다. 나를 있게 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 덕분에 자라난 나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키운 이들이 보여준 사랑과 헌신에 감사할 시간이 된다. 나무가 햇빛과 바람, 물이 필요하듯, 나도 그들의 사랑과 지지 없이는 여기까지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거 아니야?" 남편이 다시 내게 묻는다. 맞다, 생일은 지나가는 하루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더 이상 바쁘다는 핑계로 생일을 흘려보내지 않으려 한다. 그저 한 해가 더 지났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고, 내 인생의 나이테를 하나 더 더하며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우리가 나무를 심고 기르는 데에는, 수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생일도 마찬가지다. 나의 삶을 키워나가는 데에는 많은 사랑과 지지가 필요했고, 그 덕분에 나는 오늘의 내가 되었다. 이제 나는 내가 받아온 사랑을 더 많이 기억하고, 그 사랑을 다른 이들과 나누며 살아갈 것이다. 생일은 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