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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혜랑 Nov 08. 2024

나는 오늘도 익어간다.

떨어지는 낙엽이 황홀하다

"우리는 노인이 된다. 그리고 그만큼 시간이 지나간다." 이 말이 그저 시간의 흐름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 같지만, 사실 그 속에는 삶의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어느 날 문득, 나는 내가 그렇게 늙어가는 것이 조금 두렵고, 또 한편으로는 조금 기대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덜 급해지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도 많아졌다. 그래서 나는 이 질문을 던졌다. "내가 나이 든다면,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는, 이렇게 황홀한 내 날들이 나풀거리며 떨어져서 좋다. 그래서 난,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고, 내 삶을 조금씩 기록으로 남기며, 그 기록 속에서 내 존재를 잊지 않고 싶다. 어느 날 나를 돌아보았을 때, 나 자신에게 "나는 오늘도 나답게 살아왔구나"라고 말할 수 있게, 그렇게 내 삶을 쌓아가고 싶다.


강물이 흘러가듯 시간이 흐르고,

나는 점점 나이가 들고 있다.


갑자기 할머니가 되어버린 내 삶은 원래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다. 정신없이 시어머니가 되고,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들을 형성해 가면서, 나는 끊임없이 실수를 하고 또 배우고 있다. 하지만 그 실수들 속에서, 나는 내 삶을 조금씩 정립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노년이라는 시간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과연 그 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까?


소노아야코의 『계로록』을 읽으며, 나는 나의 노년 생활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깊이 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갔지만, 공통적으로 그들은 "자기 자신을 살아낸"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이를 먹어가며 무엇을 살 것인가?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해 나는 단순히 나의 생활을 잘 마무리 짓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나이 듦은 결코 결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래서 나의 노년을 스스로 규정하고 싶다. '노인이 된다고 해서 모든 말과 행동이 용납될 수는 없다.' 나이 들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것이 오히려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과도한 말이나 행동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경험이 내 안에 축적되어 있다면, 그 경험을 존중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어른'의 자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친근하다는 이유로 종종 말을 가볍게 하는 경향이 있다. 순간순간 내 말에 대한 후회를 할 때가 많다. 나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하지만, 그 실수를 통해 나 스스로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말을 가볍게 할 때마다 말의 무게를 요구하며 나는 그것이 나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저버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인이 되면 모든 것이 용납된다는 생각은, 사실 나 자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나는 그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내 감정을 숨기고, 내 말을 남발할 수는 없다. 나의 말은 나이를 먹었든 그렇지 않든, 항상 책임을 지고 신중해야 한다.


이렇듯 나이 듦은 단순히 세월의 흐름이 아니다. 세월을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나는 나 자신을,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노년이 찾아오면 그저 시간이 지나가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 시간을 내 삶의 의미 있는 여정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2024년의 끝자락에서, 나는 내 삶의 새로운 장을 준비한다. 그 새로운 장은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살아갈 나의 노년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외적 여행이 아니라, 내적인 여정이다. 매일 한 편씩 내 삶의 기록을 남기며, 나는 나 자신을 다시 찾고, 나의 노년을 더욱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나의 글이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그 기록 속에서 내가 살아온 삶의 의미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발견하는 도전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실수도 하고 후회도 하며, 그러나 그것을 통해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모든 것을 놓고 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삶을 나만의 방식으로 쌓아가며,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삶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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