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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아지 May 28. 2017

꽃길만 걷게 해줄게요

김애란,『두근두근 내 인생』


몸이 자라는 속도를 마음이 따라가야 해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엄마 아빠와 아들, 단란한 3인 핵가족. 부모는 사랑해서 자식을 낳았고, 둘이 하던 사랑을 셋이서 같이 하게 된 가족. 흔치 않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부모는 열일곱에 애를 낳았고, 아이는 희귀병에 걸려 해마다 죽을 고비를 넘긴다. 엄마아빠가 자신을 낳았던 해와 똑같은 만큼 살았지만 시간을 달려서 그들의 나이를 추월해버린,『두근두근 내 인생』의 아름이 가족의 이야기다.    


조로증,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남들보다 여덟 배 일찍 늙는 병. 몸이 자라는 속도를 마음이 따라가야 한다던 아름이는 철도 일찍 들었다. 힘겹게 병원비를 마련하는 가난한 부모의 짐을 덜어주고자 성금을 모금하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온갖 책들을 읽고서 ‘애늙은이’처럼 말도 의젓하게 한다. 엄마아빠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던 아름이가 죽기 직전 완성한 소설 <두근두근 그 여름>은 벌써부터 발랑 까졌다며 남들이 손가락질하던 엄마아빠의 어린 사랑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누가 그러는데 자식이 부모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대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중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 생각해냈어요. 그럼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자식이 되자고.”
“너 같은 애는 아프면 안되는데.”
“엄마 있죠 나 같은 애는…… 나같이 정말 괜찮은 애는 말이에요, 나 같은 부모밖에 못 만들어요.“    


(이미지 출처 :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내가 만난 최초의 타인


인간은 생존을 위한 일들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태로 태어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가족이 필요하다. 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자의가 아닌 어떠한 운명 같은 것에 의해 맺어진다. 세상에 태어나 만나는 최초의 타인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그러나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가족의 품 안에서 우리는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가장 서로를 잘 알기에 못난 모습도 가장 잘 안다. 가장 속마음을 잘 알기에 가장 소통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가장 편안하기에 진심을 표현하기 가장 불편하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 가족의 사랑은 돌연히 변한 유전자도 어쩌지 못한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랑을 알아보는 기준이 있어요. 그건 그 사람이 도망치려 한다는 거예요. 엄마, 나는…… 엄마가 나한테서 도망치려 했다는 걸 알아서, 그 사랑이 진짜인 걸 알아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이미지 출처 : Pixabay)



두근두근 당신의 계절


우리가 무지개색으로 칠해지는 동안 부모의 무채색은 더욱 짙어져간다. 다 큰 자식들의 선생님, 친구, 애인에게 필요의 자리를 내주고서 슬며시 뒷자리로 가 앉으신 부모님. 어느날 뒤돌아보면 벌써 와 등 뒤에 서 있는 계절처럼, 부모님은 늘 같은 자리에 있다. 오월의 아름드리나무처럼 두 팔 벌려 안아줄 준비를 하고서. 초록이 무성하던 엄마아빠의 두근두근 그 여름이 시작되었던, 그리고 내게 두근거리는 인생을 선물해준 부모님께 어떻게 사랑을 표현할지 두근대는 달. 활짝 핀 카네이션을 따다가 ‘꽃길만 걷게’ 해주고 싶은 오월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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