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깡아지 Nov 25. 2017

진실로 가장 고귀하고 선한 사랑

막스 뮐러,『독일인의 사랑』


'쿨함'의 역설


독일을 여행할 때 다하우 수용소에 갔었다. 그곳에서 홀로코스트를 목격하고 한국에 돌아와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보았다. 영화에서 쉰들러는 무차별적인 학살을 일삼는 수용소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게 ‘힘’이 아니라, 모두가 죽여야 한다고 하는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 ‘힘’이라고. 이런 역설은 2차대전 같은 큰 사건뿐만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도 존재하는 것 같다. 감정의 동요가 있어도 내색 안 하고 쿨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진짜 쿨한 사람일까. 오히려 화나면 화난다고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우는 사람이 진짜 쿨한 사람이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거니까. 



자유롭게 사랑하라


우리는 너무나 감정을 억압받고 살아왔다. 남 앞에서 울면 안 되고 쉽게 화를 내서도 안 된다고 여겨져 왔다. 심지어 사랑에 있어서도 처음부터 전부를 보여주면 안 되고 밀고 당기기도 필요하고 좋아하는 걸 너무 티내면 상대가 쉽게 질린다는 등의 규칙들이 있다. 이럴 때『독일인의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에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고 침묵하고 싶을 때는 침묵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을 원하는, “자유롭게 상대하고 자신을 내비추어 보이고 자신을 바칠 수는 없는 것일까”를 고민하는.


그리고 <독일인의 사랑>에서 주인공은 말한다. “자기 스스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가 없어요. 자신의 사랑을 믿는 범위 안에서 다른 사람의 사랑을 믿을 수 있으니까요.”라고. 사랑 주는 느낌을 아는 사람만이 자기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도 알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내가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훨씬 더 쿨한 것 같다.



가장 고귀하고 선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박준 시인은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시는 나에게 슬프면 우는 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는 이제 슬픔, 사랑, 그 무엇에 있어서든 자유롭고 솔직하고 싶다. “가슴에 상처를 입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으며 순수한 감정의 소유자로서 사회라는 새장 속에서 조용히 살기 전에 이미 그 날개가 꺾이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진실로 가장 고귀하고 선한 것은 그것이 가장 고귀하고 선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는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되어야 한다.”라는 문장들을 몇 번이고 읽으며.


주인공이 사랑한 여인 마리아는 결국 일찍 죽고 만다. 슬픔에 빠진 주인공에게 마리아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될 수 있는 대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을 사랑하고, 그녀와 같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사랑했다가 마침내는 잃어버린 것까지도 신에게 감사하도록 하게나”라고. 내가 사랑한 그애를 떠올리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짧았지만 세상에 태어나줘서, 나와 마주쳐줘서 고맙다고. 그애가 살아있었다면 아마 엄청나게 많이 했을 사랑을, 남겨진 내가 대신 하면서 살겠다. 그앤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꽃길만 걷게 해줄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