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현실 너머, 서로를 잇는 정치를 향하여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사람들에 밀려 흐르듯 도서전을 구경하다 눈에 띄는 카피를 발견했고, 냉큼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여러 갈래의 줄에서 홀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어떻게든 평지로 나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개인에게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내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 가늠하게 하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을 이해해 보고픈 낯설지만 반가운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고민하지 않으면 편하겠지만 고민함으로 공존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저자는 2025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로 초대한다.
같은 나라에 살지만 각자 다른 인생의 궤적을 가진 우리는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서로 영향을 받고 주며 살아간다. 타고 타고 올라가다 보면 도처에 널린 생의 일몰. 둘러싼 환경. 더 나아가 사회. 국제적 이슈까지.
우리의 가치관은 온갖 경험 요소로 형성된다. 형성되는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활동이을 하거나 무언가와 관계를 맺으면 가치관이 견고해지거나 균열이 생기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하는 무수한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각기 다른 경험을. 말 그대로 정말 다른 경험을 하며 산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우린 커뮤니티를 통해 대화하며 영향을 주고 영향받기를 자처한다.
1부. 서로 만나지 않는 세상
작가는 중2 때 동아리 문제로 교장선생님을 찾아가는 본인의 경험으로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항의할 생각으로 찾아갔던 교장실에서 맞닥뜨린 교장선생님의 얼굴은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의아함이 조금 섞인 반가움이 드리운 얼굴이었다. 그의 인간적인 얼굴에 작가는 풀충전해온 전투력을 내뿜을 수는 없었고, 모든 것의 '이면'을 생각하게 된다. 서로의 얼굴을 직접 보고 대화를 하면 아는 사람 곧 지인이 되고, 여러 번 만나면 동료나 친구가 된다. 전혀 몰랐던 사람이 나와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의 세상은 넓어지는 것이다. 뉴스로 전해 듣는 타국의 전쟁과 재난 소식은 친구와의 갈등보다도 내 일상을 흔들지 못한다. 우리는 실재하는 많은 사건들 속의 사람들을 비인격화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할 기회를 갖지 못해 그들을 집단화하고 고정되어 있는 이미지화 해버린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나게 되면 내가 가진 의견을 피력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 타인의 이야기에 진정 귀 기울이기는 퍽 어렵다. 결국 우리는 재밌는 곳에서 마음 놓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공론장이 존재하고 또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공론장에서 대두되는 이야기엔 혐오가 서려있다. 우리는 서로 만나지 않는다. 우리는 공론장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건강한 공론장이 필요하다.
더 커뮤니티 팀은 MBTI를 변주한 '사상검증테스트'를 만들어 출연자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검사할 수 있게 했다. "납작한 사람은 없다."93pg
https://thecommunity.co.kr/intro
위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사상검증테스트가 가능하다. 정치영역, 젠더영역, 계급영역, 개방성영역 총 4가지의 영역으로 분류되어 결과가 나온다.
2부. 각자의 입장을 점검하기
나의 입장은 무엇인가.
프랑스혁명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여러 상징과 개념을 설명하며 우파와 좌파의 세계 속으로 초대한다. 겹겹이 쌓이는 경험으로 입장이 생기고 서로 다른 입장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고, 우리는 파랗거나 빨갛거나 하는 입장에 진입하게 된다. 그렇다고 다 같은 입장은 전혀 아니지만, 삶의 경험으로 쌓여온 입장은 우리의 주관을 더욱 뚜렷하게 하고,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상대를 비인간화하여 배척하거나, 무시하기보다 나와 같이 다양한 경험 속에서 자라난 "인간"임을 자꾸 상기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부. 정답 없이 공존하기
3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위선"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다.
위선이 위선으로 남을 수 있으려면, 우리는 분명 환경에 영향받는 인간이라는 점을 생각하여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위선이 위선으로 남을 수 있는 적절한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이다.
거짓 없는 선의의 기치를 들고 행해지는 갖가지 폭력을 목도하고 있노라면 더더욱... 위선일지라도 한 번 더 고민하고 망설이는 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맞다는 것을 잠깐이라도 내려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게 맞나 하는 극단적인 소식까진 아니어도 사소한 일상의 순간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분명 누군가의 귀에 가닿을 거라 생각한다면...
우리는 선해지려는 노력을 하겠지만, 진심이 아니라도 위선을 행함으로 공존해야 하겠다.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타인과 진심으로 기꺼운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