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다양한 몸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하여

by 꿈결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은 말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 시구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물론 그 사람의 부서지기 쉬운 마음까지 함께 온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타인을 온전히 마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은 척수장애를 가진 남편과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저자의 일상을 통해, 우리가 ‘모르는 세계’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단지 장애인을 가까이에서 본 경험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비장애인이 중심이 된 사회 구조 속에서 장애인이 살아가는 현실을 꼼꼼히 짚어낸다. 특히 “알기만 해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서문의 제목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잘 드러낸다. 앎은 시선을 바꾸고, 관계를 바꾸며, 나아가 사회를 바꾼다. 척수장애에도 손상의 위치에 따라 지원 범위나 일상생활의 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된다. ‘경수손상’, ‘흉수손상’, ‘요수손상’이라는 의학적 구분은 그 자체로 개인별 맞춤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나 현실은 모든 장애인을 하나의 범주로 묶고, 일률적으로 다루는 일이 많다. 이런 사회의 편협한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먼저 알아야 한다. 저자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 ‘소소한 소통’은 정보를 쉽고 명확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 이는 단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아니다. 쉬운 문장은 오히려 모두에게 더 정확하고 친절하다. 정보 접근성이란 권리는 소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는 사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장애인’이라는 말 뒤에 감춰진 삶의 구체성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작가는 반복해서 강조한다. 느리더라도 스스로 선택할 권리,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직접 결정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어야 한다고. 타인의 삶을 대신 결정해 주려는 시혜적 태도, 동의 없이 의견을 대변하는 침해는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을 조용하지만 단단한 언어로 풀어낸다.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사람을 사람으로 마주하기 위해 필요한 첫걸음은 알아가려는 태도일 것이다. 그 앎은 결국 ‘환대’로 이어진다. 바람이 마음의 갈피를 더듬듯, 나 또한 누군가를 더 잘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책이 던진 울림은 단순한 이해를 넘어, 공존을 위한 실천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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