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입니다. 누군가 복도에서 문을 두드립니다.
'누구지?' 이 시간에 교실 문을 두드릴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문을 열었습니다. 통역 선생님과 저희 반 다문화 여자친구가 함께 서있습니다.
"선생님, 알리사가 제게 와서 5반의 다문화 친구가 자기를 자주 때린다고 합니다. 해결 좀 해주세요"
통역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순간 화가 났습니다. '왜 나한테 이야기하지 않고 통역 선생님을 찾아간 거지!' 보통 저희 반 다문화 친구들은 교실에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5학년인 저희 반 친구들은 통역도 가능한 친구가 3명이나 있습니다. 러시아어와 한국어 동시통역이 되는 친구들입니다. 왜 통역 선생님을 찾아간 것인지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선생님 그럼 5반 친구와 문제이니 5반에 데리고 가셔서 해결하세요"라고 대답을 해버렸습니다. 그 말을 듣고 통역 선생님도 당황을 하셨습니다. 당황하시는 선생님을 보고 저도 실수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떡하지?'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사건을 정리했습니다. 알리사가 사과를 받고 싶은 것인지? 아님 5반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드려 행동을 바꾸었으면 하는 것인지? 다행히 알리사는 5반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드리는 선에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방과 후 교실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금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내가 그렇게 발끈했을까?' 화낼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요사이 알리사의 행동 때문에 오늘 그렇게 행동한 것 같습니다. 지난주부터 알리사는 1교시 수업이 시작되면 보건실에 갑니다. "선생님 머리가 아파요!" 아프다는 친구를 보건실에 안 보낼 수 없습니다. 1교시에 간 친구는 점심시간 전에 옵니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알리사의 행동이 눈에 거슬리고 있던 찰나에 이런 일이 벌어지니 제가 실수를 하고 만 것입니다. 알리사에게 화난 마음을 통역 선생님께 화를 푼 꼴이 된 겁입니다. 통역 선생님을 찾아가지 못하고 퇴근을 하였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아들에게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듣고 있던 아들도 그 선생님께서 너무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다고 말을 합니다. 역시나 빨리 사과를 해야 했었는데 하고 반성을 했습니다.
오늘 아침 학교에 오자마자 메시지를 보내봅니다.
선생님,
어제 일 죄송했습니다.
찾아뵙고 이야기 나누어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메시지 보내봅니다.
알리사가 요사이 저에게 미운 털(자주 보건실에 가서 오랜 시간 있다가 교실로 옴)이 박혔었는데
담임인 저에게 아무 이야기도 없이 선생님을 찾아가서 이야기 한 상황에
제가 잠시 욱~해서
선생님께 죄송한 행동을 했습니다.
어제 죄송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답장을 주셨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걱정 많이 하셨나 봐요.
솔직히 어제 선생님의 반응이 놀라웠는데 선생님을 잘 아니까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 마음 쓰지 마세요
메시지로 설명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메시지를 읽고 역시나 요즘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고 지치셨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달 반 남았으니 힘내세요^^
나이 오십이 되어도 순간 욱~해서 실수를 하게 됩니다. 실수는 늘 있는 일이지만 실수를 빨리 잘 처리해야 되는 것도 저의 일입니다. 다행히 통역 선생님께서 저희 상황을 배려해 주셔서 큰일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실수가 반복이 되면 실수가 아니다'라는 문구도 생각이 납니다. 오늘도 하나 배우고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