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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ple Oct 26. 2022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의 습작

1. 눈부처의 비밀

   '눈동자에 비치어 나타난 사람의 형상'

  나는 사람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게 왠지 어색하고 조금은 불편했다. 의무감에 2초쯤 눈을 맞춰 예의를 다한 후 이내 콧등이나 인중으로 자연스럽게 눈길을 옮기곤 했다. 누군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는 게,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들키는 것 같아 익숙하지 않았음이다. 물론 음흉한 속내나 꿍꿍이가 있는 건 전혀 아니었지만,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나에게 눈 맞춤이란 다소 불편한 숙제와도 같았다.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기술? 딱 그 정도였다.


  그러다 두 뼘 반쯤 되는 신기하고 경이로운 작은 아이가 태어났고, 그 귀한 존재가 짓는 표정 하나, 움직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뚫어져라 아이를 보기 시작했다. 나에게 집중하는 아이가 정말 사랑스러웠고, 내 움직임을 계속 응시하는 그 눈빛이 나를 머물게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치 원래 눈 맞춤이 익숙했던 것처럼 아이와의 긴 시간이 낯설지 않았다.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옹알이하는 아이와 눈을 맞추다 문득 아이의 눈동자에 깊게 담긴 행복한 나를 보았다. 순간 속이 울렁거리더니 저 안 깊은 곳에서 뭔가 뭉클한 것이 밀려와 코끝에 툭 걸렸다. ‘이 느낌은 뭐지?’

   아낌, 관심, 애정, 사랑, 믿음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볼 수 없는 그것. 가까이서 자세히 보아야만 볼 수 있는, 하고픈 말이 내 안에 가득 차 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 그것이었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 모습을 바라볼 준비가 되어야 비로소 보이는 '눈부처'였다. 어쩌면 그토록 눈 맞춤이 불편했던 이유는 준비되지 않은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도 내 안에 말들이 차오를 때는 아이의 눈에서 '눈부처'를 보지 못한다. 그럴 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내 안의 말들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나면 그제야 그것이 보인다. 어렵지만 해볼 만하다.

   나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그 '눈부처'를 보았다. 옹알이 속에 담긴 아이의 이야기를 더 잘 듣고 싶었던 초보 엄마 마음이 아이를 바라보게 했고, 덕분에 아이가 그토록 사랑스럽게 담아내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서로를 더 끈끈하게 이어주는 '눈부처'의 비밀. 내 아이도 '눈부처'의 비밀을 기억하는 삶이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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