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함께
치유의 여정 속으로_둘이 함께
치유의 여정 속으로
2023, 장지에 혼합채색, 91×230㎝
대학 시절의 저는, 대학에서만 누릴 수 있는 문화를 충분히 누려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선배들이 ‘대학문화의 꽃’이라 말하던 풍물동아리에서 설장고를 맡아 치며, 사회의 부조리에 작게나마 목소리를 내는 젊은 청년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학생으로서의 본분만큼은 지키고자 수업도 성실히 들었습니다. 학점은 무난히 유지했지만, 사회로 나갈 준비는 거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시간은 점점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누군가는 대기업 취업을 위한 영어 시험과 면접 준비에 한창이었으며, 이미 취업을 확정 지은 채 졸업을 기다리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저는 대학문화를 너무 열심히 사랑한 나머지, 사회에 나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준비를 거의 하지 못한 채 졸업을 맞이했습니다.
더 이상 학생도, 그렇다고 직장인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
전공을 살려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생각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막연한 포부를 품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지방에서만 살아온 저에게 서울살이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대학원 진학의 문턱은 높았습니다. 대신 잡지사의 취재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일, 글쓰기를 하며 그 일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면접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자로 일하며 이곳저곳을 오갔지만, 마음속에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습니다.
화려해 보이던 서울의 이면에서 허우적거리던 현실은 제가 꿈꾸던 삶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비틀거리며 방황하던 그 시간 속에서 남편을 만났습니다.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내려가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내려갈 수 없게 만든 유일한 이유도 남편이었습니다.
그렇게 손을 잡아준 사람과 지금까지도 나란히 길을 걷고 있습니다.
둘이 손을 꼭 잡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아쉬움들이 있습니다.
남편에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삶을 조금 더 현명하게 살아가는 실질적인 지혜를 배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들…
수없이 이어지는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가보지 못한 길, 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시간도 서로 잡은 두 손을 놓지 않은 채
아직 채워지지 않은 인생의 의미를 함께 찾아가고 싶습니다.
지나온 길보다, 함께 걸어갈 길을 더 소중히 여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