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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 Jul 31. 2022

꿈에서 쌀로별이 먹고싶었다

꿈 속의 나는 선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네 시가 조금 넘어 있었고 거실로 나가니 부모님이 웬일로 여태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다. 나는 쌀로별이 무척 먹고 싶었다. 


현관을 나서자 오래전 살던 동네의 내리막길이 펼쳐졌고 평소같으면 벌써 나왔어야 할 편의점이 나오지 않았다. 거리는 몹시 어둡고 조용했으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흐르듯 거리를 달리다 보니 이내 편의점이 나왔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을 문득 깨닫고 불안했지만 다행히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꿈 속의 나는 소매로 입을 막은 채 맥주와 함께 먹을 생각으로 쌀로별과 조청유과를 샀다. 기분이 좋았다. 잠을 깼다.


네 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당장 차에 시동을 걸고 근처에서 유일하게 24시간을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쌀로별과 조청유과가 있었고, 망설이지 않고 집어들었다. 꿈속에서의 대포장 제품이 없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만족스러웠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선선한 공기가 썩 맘에 들었다. 맥주 대신 커피를 집어들었다.


집으로 가는 길, 문득 동이 트고 있었다. 해가 뜨는 걸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던가 생각하다보니 집을 지나쳤고 종종 가곤 하는 해변 같지 않은 해변으로 향했다. 몹시 조용했다. 꿈 속의 풍경과 참 닮아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건너편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덮여 있는 구름과 빛이 만들어내는 무늬가 퍽 예쁘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봐왔던 하늘이 정동향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시간에 깨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일부러라도 종종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해가 떠오르자 서서히 열기가 전해졌다. 여름의 하루는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하는구나,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유난히 기억에 남는 꿈들이 있다. 하지만 잠에서 깨면 금새 잊어버려 항상 아쉬웠다. 처음으로 꿈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모든 것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적어놓고 나니 앞 뒤의 상황들도 기억나 좋다. 이따금 무료할 때 그 풍경들의 의미와 꿈속과는 달라진 내 선택에 대해 답이 없을 자문을 종종 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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