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실력을 물어보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너 골때녀들 만큼 공을 차니?

by 끼우

입이 방정이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떠벌린다. 자격증을 공부할 때도 그랬다.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하고 그 말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나를 아는 사람들 모두가 내가 축구를 배우는 것을 알고 있다. 남편은 나의 방법을 처음에는 좋게 보지 않았다. 몰래 해서 결과만 보여주면 되는 게 아니냐는 거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는 이 방법이 나에게는 꽤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내 축구 실력이 궁금해?


축구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어가면서 주변 사람들이 내 축구 실력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운동이라고 해도 많은 시간을 축구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집 아이들이 함께하는 월, 수, 금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유소년축구교실에서도 나는 고학년 반에서 또 축구를 배운다. 여성 축구도 같은 요일에 오전 2시간씩이다. 일주일에 총 12시간. 남들은 축구인이냐며 비아냥거린다. 그래서 축구 실력을 함께 묻는다.


“너 골때녀에 나오는 사람들하고 비교하면 어떤 수준이야?”



풋살아니고 축구라고


친구가 물었다. 친구에게 축구와 풋살의 차이를 먼저 설명해야 했다. 골때녀 경기는 풋살이고 내가 배우는 종목은 축구다. 다른 구기 운동이다. 풋살은 죽어있는 공을 작은 공간에서 차는 경기다. 축구는 살아있는 공을 큰 공간에서 차는 경기다. 풋살은 공간이 경기장이 작아 자신의 재주로 공을 멈춰놓고 패스한다. 반면 축구는 경기장이 커서 공을 계속 굴리면서 달리고 강하게 멀리 패스한다.

그리고 이어 대답했다.

“실력은 비슷하지 않을까. 잘 모르겠어.”



못하지만 인정받은 실력! 음하하


내 실력을 내가 어떻게 가늠할 수 있단 말인가.

축구를 시작 한 지 1년이 지난 후 여성 축구 감독님께 물었다.


“감독님 저는 골때녀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수준인가요?”


내 실력이 더 낫다고 알려주셨다. 하지만 주변인들이 물어본다면 골때녀에 나오는 사람들이 잘한다고 해버리라고 마무리 지었다. 그 얘기를 들은 여성 축구 회원 언니가 골때녀보다 낫다는 인정을 받았다며 좋아서 서로 웃어댔다.

남들이 축구 실력을 물어보고 대답하는 데 은근히 지친다. 그래서 내 입이 문제다. 그래도 자랑하고 싶은 걸 어쩌나. 하지만 나도 내 축구 실력을 잘 모르니까. 패스는 못 하지만 가슴 트레핑은 자신 있다. 하지만 못하는 것과 잘하는 것 역시 내 잘못된 기억(남들이 볼 땐 못하는 건데 나는 그게 잘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에 따른 대답을 해야 한다면 포켓몬스터의 로이와 로사처럼 당당히 말하고 싶다. 감독님이 내 실력에 잘한다고 해주셔서 명분이 생겼다.

축구 실력이 어떠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이 세계의 축구를 위해 공을 지키기 위해 꾸준함과 노력, 자리를 지키고 다니는 여성 축구의 감초, 귀염둥이 선수는 바로 나야, 나!





+ 아래 동영상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포켓몬스터에서 나오는 로이와 로사 등장 대사 부분이다.

출처 : https://youtu.be/MVCzoQd9Xgk?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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