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볼을 주었다

비록 내가 득점을 하지 못해도 어시스트는 했다

by 끼우

여성축구단에 아홉 번째 나갔을 즈음이다. “골인! ” 내가 넣은 공이 아니다. 내가 동료에게 패스하고 그 멋대로 구르는 볼(내가 잘 못 찬)이 힘차게 골인이 되는 순간. 황홀하다. 내가 어시스트했다! 공을 밀어 넣는 주인공에게 무한히 감사하다. 내 공은 상대방에게 빼앗기기 일쑤다. 하지만 느리겠다고 맘먹은 공을 잘 지키고 골대를 흔들었을 때는 감회가 남다르다. 비록 내가 득점하지 않아도 말이다. 축구 경기를 보면 골을 넣은 사람들과 골을 넣지 않은 사람들도 같이 환호한다. 골을 넣지 않아도 기뻐하는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진 중에서 /////출처 : https://www.instagram.com/p/Cx-rd-fBdmo/?utm_source=ig_web_copy_link



이름을 부르자 달라지는 점


당시 포워드는 볼을 많이 받는 위치였다. 여성축구단의 유니폼을 입기 시작한 순간부터 왕초보인 나에게도 볼이 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동료들의 이름도 기억하기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경기 중에 ‘콜’만 열심히 해도 경기력이 더 좋아질 수 있어요. 그래서 말을 많이 하라고, 소리치는 거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계속 강조해요."

- <너의 꿈이 될게: 지소연 인터뷰집>, 지소연 지음, 이지은 인터뷰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yGv6i13cH8rAb6gD8


동료들에게 상대 선수 위치를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자 공을 띄워 차 달라고 주문하는 등의 요구가 나에게 생기기 시작했다.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바란다는 건 그 선수에게 기대가 있어하는 말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은 수비가 탄탄하면 공격할 기회가 많아 공격수가 바빠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가 공격을 못하니 팀의 힘이 빠지기도 했다. 혼자 자책해도 공이 나에게로 왔다. 우리 동료들은 그런 나도 믿었다. 그리고 서로를 믿었다. 못하든 잘하든 상관이 없었다.


팀워크를 평가하는 법


팀원들 간에 사이가 나쁘면 서로 패스하지 않는다. 패스 연습할 때 공에 고집이 생겨 멋대로 방향을 잡으면 감독님이 꼭 하는 소리다. “너희 싸웠니?” 웃으며 넘겼지만 맞는 말이다. 팀원들 사이가 좋아야 패스도 잘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팀워크가 정말 중요하다. 경기하는 도중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 와서 볼을 주었다. 서로 응원하고 나아가는 팀워크를 배웠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운동, 구기종목의 매력이다.

악착같이 달라붙고 열심히 따라 달리고 상대방의 패스 미스를 내 공으로 만드는 일이 내 일이다.(물론 빼앗으려고 하는 순간 상대방은 달아나 버리기 부지기수지만;;;)


병아리, 알에서 깨어 나가 보자!

줄탁동시(啐啄同時)란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됨을 의미한다.


축구에서도 이 줄탁동시가 통한다. 골은 혼자 넣을 수 없다. 동료들이 도와야만 골망을 흔들 수 있다. 기본기를 열심히 닦고 동료들과의 합이 맞는 순간 언젠가 나도 골을 넣는 날이 온다고 믿는다.




+ 9월 7일은 축구를 시작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년 자축일기를 써보자고 맘먹었는데 앞서서 써내야 할 글들이 있어 미룹니다. 이러다가 2년째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 10월 7일 오후 9시에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이 있답니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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