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까만 시기는 지금, 앞으로도 더 어두워질 나를 위해
월, 수, 금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햇볕에 2시간씩 서 있노라면 피부는 그을린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까만 적이 없었다. 언제나 하얀 피부를 가진 나를 남들은 부러워했다. 그다지 예쁘지도 않았기에 내세울 것이 피부뿐이었다. 이미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셋이나 낳았고 할 일을 다 한 몸이었다. 더 이상 예뻐지기 위해 피부를 하얗게 만들 필요도 없었고 볼륨있는 가슴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모유수유를 한 아이당 1년씩 3년을 했더니 가슴도 볼품이 없어졌다. 그렇게 노화가 되나보다 했다. 우울했다.
피부에 때가 끼었다. 건강한 몸을 생각하면 고르게 탄 피부가 떠오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균일하지 않게 군데군데 검은 물이 들었다. 남편이 말했다. “건강한 게 더 좋아” 그렇다. 건강과 하얀 피부를 바꾼 것이다. 피부가 탄 만큼 내 속도 탔다. 내 인생의 가장 까만피부를 가진 시기.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나는 원래 하얀 사람이 아니었고 원래 이 정도는 타는 사람이었다. 건강해지고 있다. 햇볕 때가 제멋대로 몸에 새겨졌다. 원래 안타는 피부는 없었다. 함께 뛰는 다른 회원들 역시 축구하면서 탔다는 말에 안도했다.
“보톡스 맞은지 일주일되서 햇볕보지 말랬는데 모르겠다.”
“얼굴에 처바른 돈이 얼마인데 얼굴이 타다니....”
모두가 그렇게 피부를 버려가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 모두 건강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얼굴에 선크림은 필수다. 평범한 선크림으로는 어림도 없다. 정말 쎈 야외용 선크림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스틱으로 계속 발라준다. 반팔에 팔토시를 낀 사람이 하나씩 늘어갔다. 나는 장갑까지 꼈다.(장갑을 안 끼었더니 손만 탔다) 다른 언니는 치마를 못입는다 했다. 양말 자국이 그대로 드러나서다. 우린 박세리가 아니지 않나. 가끔은 엄마로, 친구로 예쁜 옷으로 치장도 하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를 하는 마음은 꺾이지 않는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미칠 수 있다”
_'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웅정 책 중에서
나는 축구에 미쳐있다. 여행을 가도 어느 지역의 어디 축구단 FC간판만 눈에 들어온다. 축구장을 보면 웃음이 절로난다. 전국 어디를 가도 축구장이 있다. 여자로서의 얼굴을 포기하고도 축구에 열광한다. 축구에 집중하면 그 어떤 어려움과 단점도 보이지 않더라. 축구라는 흐름 안으로 이미 들어갔다.
계속 미쳐보자. 축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