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헤더가 되고픈 여자 축린이

야구공을 얼굴에 두 번이나 맞은 흑역사

by 끼우

머리가 아픈 날이 있다. 오늘 무엇을 했지? 생각해 본다. 헤딩을 한 날이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오늘 무엇을 배웠는지 잊을 때가 많다. (사실 이것도 핑계다. 그래도 구차한 이유를 찾고 싶다)

헤딩은 공을 이마의 정중앙에 맞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을 보아야 한다. 하지만 눈을 감아버린다. 공이 얼굴로 오는 일은 언제나 무섭다.



얼굴로 야구공을 맞은 두 번의 흑역사


내가 고등학교 때 수업 중에 소프트볼 투수를 한 적이 있었다. 보통의 야구공보다 큰 공을 던졌는데 친구가 방망이로 그 공을 쳤다. 야구 만화에서만 보던 공이 돌돌돌 도는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설마 했던 일은 현실이 됐다. 공은 내 얼굴을 강타했다. 공을 피하지 못했다. 안경은 분리됐고 내 오른쪽 눈은 보랏빛 물이 들었다. 그 친구는 나에게 너무 미안해해서 그 자리에서 울고 말았다. 다음 날, 친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몽쉘통통 한 박스를 내게 주었다. 당시에는 공이 두려웠는지 생각은 나지 않는다. 다만 몽쉘통통을 사다준 친구의 마음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막내가 세 살 때, 큰 아이와 둘째 아이와 학교 놀이터 앞에 서 있었다. 학교에서 연습하는 야구부 학생이 내 쪽으로 공을 던졌다. 코에 야구공을 정통으로 맞았다. 낮은 콧대라 평소에는 내 눈 앞은 내 코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던 콧대가 산처럼 솟았다. 무서웠다. 이번에는 코가 파랗게 물이 들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겁을 줄 수 없었다. 엄마니까. 겁내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참았다.



공은 원하는 곳에 맞지 않는다


남편은 신기해했다. 우리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 하나에 두 개의 골대가 있다. 점심시간이면 축구하는 팀이 동시에 세 개, 네 개가 되어도 자기 팀의 공을 찾아서 축구했다고. 그래도 다친 친구가 거의 없었다했다. 그렇게 밀집도가 높은 운동장에서도 안다치는데 어떻게 안 피하고 다칠 수가 있냐고 훗날 이야기 했다. 나도 모르겠다. 왜 이렇게 못피해서 다치는지.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도 축구공을 정면으로 응시하기가 힘들었다. 언니들의 질책이 따랐다. 공이 다가오는 순간마다 “눈떠”라는 말을 들었다. 공은 언제나 원하는 곳에 맞지 않는다. 눈썹 사이로 잘 맞으면 아프지 않다. 이상한 곳을 맞으면 아프다.



그대의 눈을 자기 안으로 돌려보라. 그대의 마음속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1000개의 지역을 만나게 되리니. 그곳들을 여행하고 '자신'이라는 우주의 전문가가 돼라. 그대 안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돼라. 그리하여 무역이 아니라 생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중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처럼 그대의 눈이 이마에도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 축구공이 맞는 부분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공이 떡하니 붙지 않을까.


+방학이 끝나고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위의 책 글귀처럼 여행하며 자신을 찾고 왔다고 그래서 글쓰는 게 늦어졌다고 핑계 대겠습니다. 다시 열심히 글을 써야겠지요. 나에게 다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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