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운동신경 없는 여자가 축구에서 살아남는 법

특출 난 게 없는 평범한 여자의 낮은 운동신경 깨우침

by 끼우

키 160센티미터에 몸무게 52킬로그램. 고등학교 시절 성적표에도 ‘우’와 ‘미’가 대부분. 잘하는 것도 별로 없고 못하는 것도 없다. 힘들게 살아오지도 않았다. 내 인생은 그럭저럭 보통의 위치에서 보통의 사람으로 자라왔다. 월급은 적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리고 쑴풍쑴풍 아이를 낳아 아줌마가 된 지 10년이 넘었다. 특정 분야에 특출 난 게 없었다. 장점을 고르자면 여자치고 운동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보통의 나에게 자랑거리라고는 체력과 운동신경이라고 여겼다.



“너 같이 운동신경 없는 아이는 체력으로 승부를 해야 해.”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나는 이제껏 내가 운동신경이 없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 내내 피구를 달고 살았다. 피구를 하다가 손가락을 많이 다쳤다. 피구를 할 때면 피하는 영역에서 마지막으로 남는 것도 나였고 애들을 공으로 잘 맞추는 것도 나였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2학년 때 반 안에서 배구, 농구, 축구, 야구 등의 종목별로 조별 리그전을 했었다. 그때마다 1등을 한 조도 내가 속해 있었다.



착각의 기억


그런데 내가 운동신경이 없다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여성축구 감독님이 운동신경이 없다고 말했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38년이나 아니었다는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이것은 마치 영화 식스센스의 주인공이 마지막에 자신이 귀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충격과 같았다. 주변 친구들에게 물었다. 내가 운동신경이 좋지 않았냐고. 내가 운동을 잘했다는 대답은 없었다. 내 기억이 제멋대로 추억했던 모양이다. 그냥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었나 보다.



이해와 움직임이 하나 될 때가 있을까


축구를 배우면서 운동신경이 부족하다 느꼈다. 사실은 감독님이 말하기 전까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같이 뛰는 50대인 언니들도 내 달리기 수준과 비슷했고 끝까지 뛰는 체력도 비슷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운동신경이 있다. 어릴 적 다른 운동을 엘리트 코스로 배운 분들도 많았고 몸을 쓰는 일을 많이 해서 나보다도 자신의 몸을 잘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가지 의아한 점은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이 그 이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생각과 몸의 일치,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운동선수들이 얼마나 멋진지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감독님이 시범을 보이면 그대로 따라 하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역시나 내 몸은 그게 안된다. 부족한 나 자신의 실력에 어이가 없어서 웃었는데 누군가는 비웃는 것처럼 느낀다고 했다. 배울 때는 웃지 말라는 감독님의 말에 웃음을 참기로 했다. 안 돼서 속상한 마음에 “아이씨”라는 말이 나왔다. 그 말조차 팀의 사기를 깨뜨린다.



뒤에서 할 수 있는 일


아침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축구공이나 물을 축구장에 가져다 놓는 일. 끝나고 나서 먹은 물들을 정리하는 일에도 열심히 하기로 했다. 실력이 없으니 실력이 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다. 운동신경이 없으면 도울 일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시작한 지 9개월 차에 실력향상은 바라면 안 되는 일이었다.

전국대회를 나가보니 그 대회에서 축구장을 종횡무진하는 선수들은 5년에서 7년은 배워서 운동장에 선 것이었다. 얼마나 길게 축구를 할 수 있을까. 일도 하고 싶고 축구도 하고 싶은데 그런 일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아이가 크면 돈을 벌러 회사에 가야 하지 않을까? 축구를 배우고 있지만 경제적 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아줌마는 아직도 고민만 하고 있다. 사실은 지금 이대로가 편한 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이대로가. 그러면 무슨 발전이 있겠냐고. 스스로를 다그치다가도 인간의 유지하려는, 변화하기 싫어하는 그 습성은 버릴 수가 없다.



사랑이란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결심이다... 사랑하기로 결심하면 그다음의 일들은 저절로 일어난다. 사랑을 통해 나의 세계는 저절로 확장되고 펼쳐진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길. 기뻐하는 것을 더 기뻐하고,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길.
김연수 소설 중 ‘너무나 많은 여름이’ 중에서


축구를 사랑하겠다. 그리고 더 좋아하겠다. 우리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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