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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우 Mar 12. 2024

24. 축구근육 말고 이별근육도 키워야 한다

20240312 탈퇴했던 A언니가 돌아왔다

공짜. 여성축구교실 수업이 무료다. 옛날 사람인 나는 배움이 공짜라는 데에 환호했다. 배움의 값어치에는 개인의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1년에 열 번은 주말 시간을 비워야 하고 경기가 끝나면 회식은 필수였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공짜에 예전처럼 열광하지 않는다. 돈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배우고 축구 외의 자신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속해 있는 축구교실의 젊은 사람을 생각했다. 마흔의 내가 젊은 축이었다.          



여성축구교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인성이 좋다      


여성축구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지금까지 내가 속해 있는 축구교실을 들어왔다 나가는 사람들의 수가 20여 명이 넘었다. 그중에는 미리 준비해야 할 일(공, 물, 돗자리를 가져다 놓는 일)을 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어서 자신만 즐기면 된다는 사람들이거나 터줏대감 선배가 대접받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운동 시작 20분 전에 와서 조금씩 도우면 될 일을 시간에 맞춰서 오는 사람도 있다. 오늘 늦었다면 운동 후에 공, 물, 돗자리를 치우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그냥 가버리는 사람도 있다.      

자연스럽게 그럼 사람들은 축구교실을 박차고 나갔다. 존나 버티(이하 존버)는 사람들은 스스로 단체에 무언가 도움이 되는 사람들임은 확실하다. 그래서 내가 속한 축구교실에서 존버하는 사람들은 인성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축구교실의 운영진의 계획일 수 있지만 단체생활의 핵심은 좋은 인성과 끈기다.     

     


첫 이별은 눈물이었다     


1여 년을 함께 동고동락(월, 수, 금 2시간씩)하던 사람이 느닷없이 나간다고 했을 때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연인과의 이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처음 이별을 겪을 때 나는 울었다. 축구도 잘하고 궂은일도 잘하고 예의 바른 대학생 친구였다. 나에게는 그 친구가 선배였다. 못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바라봐 주면서 강압적이지 않게 가르침을 주었다. “~해보는 건 어때요?”라는 말투에서 배려가 느껴졌다. 코로나로 쉬었던 학업을 이제 다시 이어 취업 준비까지 한다는 친구를 말릴 순 없었다. 무엇보다 개인의 인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교실을 나가기 위해 핑계를 만들어서 못 나온다는 사람도 있다. 모든 건 개인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여성축구교실의 메리트는 무엇일까.            



여성축구교실을 탈퇴하는 사람들     


며칠 전 1년 각종 대회를 함께 다닌 다자녀를 둔 A언니의 탈퇴 소식이 이어졌다. 카톡방에서 장문의 글을 써 놓고 나가버렸다. 순간 버려진 느낌이었다. 정을 주고 함께 했던 추억들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B언니는 출석 일수가 모자라서 탈퇴하기도 했다. 이제는 축구 근육 말고도 이별 근육도 키워야 했다.     

이별근육이 소실되어 끙끙 앓고 있는데 C언니 손녀 돌잔치에서 B 언니를 보았다. 여성축구 그립다는 소리에 감독님은 “다시 나오세요”로 화답했다. 그리고 얼마 뒤 카톡이 울렸다. 


“신입생 A, 열심히 하겠습니다!”

탈퇴했던 A가 돌아왔다.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나는 한껏 환호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천국의 계단의 권상우가 부메랑을 던지던 장면이 떠올랐다. 다들 어디 가시나요. 올해도 함께 우승해야 하지 않겠습니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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