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2 기본이 안 되는 엉망진창의 요즘
“끼우가 오늘따라 힘이 없네. 주말에 피곤했나 보다” 여성축구 회원 한 명이 말했다. 주말에 분명 푹 쉬었다. 몸은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걸까. 하나를 생각하면 나머지를 다 잊어버리는 그런 날. 배운 대로 공을 단 하나도 못 찬날, 오늘이었다. 기운이 쭉 빠졌다. 나에게 있어야 할 기운은 어디로 갔는가.
주말엔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축구로 금세 살이 빠질 거라는 이유로 목까지 차오르도록 먹었더니 역시나 몸무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몸은 주말 사이에 2kg이 쪄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주말을 보내다 일요일 오후 아이들과 동네 놀이터에서 축구를 했다. 2kg을 만회하기 위해. 내가 축구를 열심히 하면 다칠 거 같았다. 아들 둘이 다른 편이었는데 너무 잘하는 거다. 딸과 딸의 친구와 함께 셋이 편이었는데 지면 딸이 속상할까 봐 열심히 하는 순간, 막내가 다쳤다. 아이를 걷어차고 공을 뺏어서 뛰었다는데 내 기억엔 없었다. 이 광경을 본 둘째가 엄마가 막내를 찼다고 알려주었을 뿐이다. 그렇게 또 자책하면서 주말을 보냈다.
그리고 돌아온 월요일. 컨디션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렇고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훈련 내내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핑계를 대자면 훈련할 때 이상한 곳에 힘이 들어갔는지 오른쪽 허벅지 안쪽에 통증이 생겼고 왼쪽 발목도 여전히 정상이 아니었다. 지난주 내내 소염제를 먹어서 좀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주중 내내 통증으로 술을 끊었는데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약을 먹는 내내 몽롱함 속에서 두통을 느껴 화가 나 금요일 저녁엔 맥주를 먹어버렸다. 얼마나 맥주를 참아야 통증이 없어지는 거야.
요즘 들어 나의 문제는 이상하게 굳어져 버린 몸의 자세였다. 처음엔 열심히 배웠는데 이제 겉멋이 들었다. 내가 제일 잘 나간다는 허황한 망상에 사로잡혀 1년을 보낸 것 같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내 생각 속에서의 열심이었다. 공부와 같았다. 학창 시절 독서실에서 앉아있는 시간이 길었는데 성적은 안 좋았다. 성적은 공부 양에 비례하는 게 아니었다. 질이 중요했다. 그렇게 축구 훈련 역시 생각 없는 상태로 1년 반을 신나게 놀았다. 양으로 승부하면 될 거라는 바보 같은 믿음으로. 집중해서 그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는 일이 더 중요했다.
최근에는 기본 중에서도 기본인 인사이드 폼이 망가졌다고 주의를 받았다. 인사이드로 공을 찰 때 디딤발보다 앞에 나와서 공을 차 힘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고친다는 게 이제는 디딤발보다 뒤에서 차서 또 힘이 없어진 것이다. 이게 내 성격이다. 중간이 없다. Yes 아니면 No처럼. 또 공을 찬 후에 자꾸 점프를 하는 이상한 습관이 몸에 길들여져 공에 힘이 없었다. 달리면서 그대로 공에 체중을 실어 밀어야 공이 힘을 받는다.
그래서 알아차린 건 디딤발을 나무처럼 꾹 바닥에서 뜨지 않고 차면서 멈추지 않고 달리는 일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디딤발 위치를 생각하다가 그 순간이 오면 위치는 맞았지만 발은 떠 있다. 또 디딤발을 바닥에 붙였지만 공을 뻥 찬 순간 나는 멈춰버렸다. 하나를 생각하면 하나를 잊어먹는 일. 아이를 낳고 유난히 심해진 건망증이 여기서 또 도졌나 싶었다. 아니 핑계를 찾고 싶었다. 아무 이유 없이 못하는 건 싫었다.
나에게 정해진 포지션은 없지만 많이 해 본 포지션이 앞센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 터치는 거의 하지 않으면서 상대편 포워드를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수비수는 안방 살림꾼이다. 여기서 잘 처리하지 않으면 공이 공격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공을 받을 때는 받는 사람을 바라보고 한 걸음이라도 다가가서 받는다. 그리고 옆 사람에게 패스를 하면 그 사람이 받을 때까지 뒤에 쳐져서 쫓아간다. 혹여나 공을 못 받으면 내가 처리할 수 있도록 뒤를 봐줘야 한다.
이런저런 1년이 지나자 나에게 주문사항이 많아졌다. 외워서 몸에 익힐 일이 많은 요즘 무기력했다. 아무리 해도 실력이 오르기는커녕 뒤로 퇴보하는데에서 나는 나에게 실망했다. 월수금 4시간을 얼마나 집중해서 생각하고 공을 차는가.
힘든 일이라면 나의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치부하며 잊어버릴 텐데 무기력은 달랐다. 체력이 올라와서 일상이 되어버린 축구. 바른 자세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아직도 나에겐 어려운 일이다.
집 앞 태권도장 사범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허리 펴고 시선은 정면으로 보면서.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