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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우 May 16. 2024

29. 하루살이 인생, 왜 슈팅이 안되는가?

20240509 지루함의 미학

축구를 배운 지 1년 반이 넘었다.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그중에서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슈팅이다. 사실 패스도 못한다. 공의 중간과 발의 움푹 패어있는 인사이드 부분이 맞닿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공에 힘(임팩트)이 없다. 그러니 슈팅도 말할 필요가 없다. 슈팅을 제대로 하려면 달려와 발등에 단단한 뼈에 공을 맞춰야 한다. 그걸 나는 못 한다. 더군다나 슈팅은 대각선으로 달려와 공의 밑부분에 발을 깊게 넣고 차야 공이 뜬다. 그러면서 왼쪽 다리는 몸 바깥쪽 구부러지고 몸도 왼쪽으로 살짝 치우치면서 오른발에 힘을 실리는 원심력이 함께 들어간다. 하지만 나는 왼쪽 발목에 힘이 없다고 핑계를 댄다. 축구를 시작한 지 1년 반이면 이전보단 발목의 힘이 많이 생겼을 때다. 더 이상의 핑곗거리를 찾기 힘들었다.  


         

남편의 자기 객관화 작업     


남편은 점심시간에 축구를 한다. 최근 들어 남편은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골 넣은 영상 부분을 반복해서 돌려보곤 한다. 나는 줄곧 나만 나온 영상도 보기 힘든데 저걸 돌려가며 다시 본다고? 대단해 보였다. 못하는 내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었는지 자세를 연구한다. 또 오늘은 많이 뛰었는데 영상 속에서는 걸어 다녔다면서 더 뛰어야겠다고 나에게 말했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작업을 남편은 참 잘했다.          


나를 바라보는 주관적인 나의 시선     


그에 비하면 나는 굉장히 주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편이다. 자기 합리화에 능하다. 객관적인 나를 나는 보지 못했다. 축구를 배우는 초기에 남편은 나의 훈련 영상을 많이 찍어서 보내줬지만 난 창피해서 보지 않았다. 그래서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핑계를 또 대어 본다. 그래서 지금, 축구를 못하는 현재가 축구를 처음 배우는 그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거봐. 축구 배우는 초기부터 영상 보면서 고칠 생각을 했으면 지금 이렇게 되지 않았을걸?”

이라는 남편의 말에 나는 허를 찔렸다. 축구를 배우는 그 시간만 집중했다고 자부했지만 늘지 않는 실력을 보면 집중은커녕 노력이 없었다. 그 시간 집중을 해도 다 잊어버렸다.          


 

나는 왜 안 되는가     


‘왜 안되는가?’를 생각했어야 했다. 패스가 안되면 안 되는 이유를 찾아내 고쳤어야 했다. 그러고 나서 지루함을 이겨내는 나만의 연습이 필요했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어떤 사람이 큰 나무판에 공이 들어갈 구멍을 하나 내어놓고 매일 슈팅하는 영상을 보았다. 처음에는 구멍 근처에도 못 갔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공이 구멍 근처로 맞게 되었고 마침내 공이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어 이어지는 비슷한 종류의 동영상. 손흥민의 인터뷰였다. 슈팅 연습을 할 때 운동장에 공을 70여 개를 뿌려놓고 하루에 500여 개를 찼다고 했다. 그리고 슈팅 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슈팅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결론은 나를 알고 꾸준한 연습을 하는 것. 나는 내 모습을 조금 알았으나 나만의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날그날 배우면 그걸로 끝인 하루살이 인생을 살고 있었다.      



우리 인생도 때론 긴 계산과 같다.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 속에 치열함이 담기면,
그 임계점을 넘을 때 피어오르는 영감이
우리의 인생을 새롭고 아름답게 만들기도 한다.


중앙일보_https://joongang.co.kr/article/25249608




나만의 임계점이 나오는 순간을 위해 지루하도록 연습을 해보자. 이젠 듣기만 하는 수업이 아닌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일이 필요할 때다. 6월 전국대회를 기다리며. 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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