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칭찬은 골망을 춤추게 만든다
20240411 골아웃, 마무리가 중요한 이유
축구 경기를 뛰면 깨닫는 점이 있다. 공은 골키퍼부터 수비수를 거쳐 공격수까지 힘들게 지켜내 골대까지 온 것이다. 그러니 중간에 상대편에게 공을 뺏겼을 때 같은 팀 선수들도 함께 허탈함을 느낀다. 하지만 반대로 공이 하프라인을 거쳐 공격수가 골대로 공을 찬 순간, 같은 팀 선수들은 희열을 느낀다. 물론 골인을 기대한다. 하지만 공의 방향이 골대를 향하지 않았더라도 같은 팀 선수들은 박수를 보낸다. 공을 줍고 상대방 골키퍼가 다시 공을 차는 순간까지 우리 팀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로 내려갈 시간을 번다. 숨 가쁘게 올라온 공격에 숨 쉴 틈을 만들어 주는 게 바로 골인이 안 된 슈팅 마무리다.
누구나 칭찬에 목마르다
요즘 나의 포지션(못해서 딱히 포지션은 없지만 많이 본 위치다)은 앞 센터 수비수지만 앞서 나가 있는 같은 팀 선수들에게 응원을 하는 편이다. 어느 날은 같은 팀 선수가 상대편 선수에게 공을 뺏겼다. 이런 일은 부지기수다. 그런데 함께 뛰는 Y아저씨가 소리쳤다. “공을 거기다 주면 어떻게 해”라고 다그쳤다. “괜찮아. 잘했어. 다시 하면 돼”라고 나는 소리쳤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경기 도중에 잘잘못을 가른다면 주눅이 들 것 같았다. 그게 평소에 항상 못하는 내 모습 같기도 했다. Y아저씨는 나에게 “저게 뭘 잘했다고 칭찬하냐”는 꾸중을 들었다. 나는 대답했다. “뺏겼어도 열심히 했잖아요.” 공이 갈 방향과 달랐어도 당사자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나는 격려의 소리를 지른다. 그래야 팀 분위기가 살아난다는 나만의 믿음이다.
내 또래 친구들도 내가 공을 잡으면 뒤에서 소리친다. “잘하고 있어. 더 붙어. 멋져”라는 소리를 들을 때 사기가 온몸에 차오른다. 우리는 누구나 칭찬에 목말라 있다. 칭찬은 공을 뺏긴 사람이 다시 공을 뺏어오게 만든다. 응원 한 마디가 축구공과 함께 축구장 위를 훨훨 날아 골망을 하늘하늘 춤추게 한다. 이 날 우리는 승리했다.
잘잘못은 축구장 밖에서
최근 축구 국가대표 태국전 연습에서 손흥민의 소리 없는 영상이 화제였다. 음성이 없어도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영상이었다. “잔디가 안 좋잖아? 그냥 좋다고 생각하면 돼”라는 입모양이었다. 손흥민은 알고 있다.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이 생각하는 게 얼마나 실현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일도 이런 생각의 차이에서 만들어진다. 축구 경기 중에 설사 그 사람이 못하더라도 잘한다고 칭찬하면 그 사람은 더 날아다닐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수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우리가 굳이 경기장에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당사자는 분명 속으로 자책하고 있다. 경기 도중에 ‘잘못’을 설명한다면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만다. 경기에서 안 맞는 부분은 경기가 끝난 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된다.
어제 국회의원 선거날이었다. 아직 21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다음 달 29일까지다. 재선에 성공한 정치인이든 아니든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의 마무리는 중요하다. 22대 국회의원들의 등장에 모든 시선이 쏠려 있더라도 앞으로 있을 23대 24대 국회의원의 먼 숲을 보아야 한다. 현재 일에 묵묵히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더 멋지지 않을까. 축구에서 마무리 슈팅처럼. 언젠가 사람들이 그 모습을 알아주는 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