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경삼림’의 명대사로 극 중 허지무(경찰233)가 삐삐 메시지를 확인할 때 쓰는 말로 이루어진 비밀번호다. 허지무(역할 금성무)는 헤어진 여자친구의 메시지가 혹여나 와 있을까 수시로 확인한다. 이 남자 주인공은 전 여자 친구에 대한 집착이 처절하다. 그 처절함은 파인애플의 통조림을 먹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는 전 여자 친구가 좋아하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30개 먹는 동안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이별로 결심한다. 그는 다가오는 자신의 생일, 5월 1일의 유통기한이 새겨진 파인애플 통조림만을 먹었다.
만우절에 헤어진 여자 친구가 장난친 것일 수도 있다는 믿음이 곧 파인애플 통조림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생일 전날 믿음을 다 먹었다. 확정된 이별의 기쁨을 나가서 달래려 술집으로 향했고, 술집에 들어오는 첫 번째 여자를 사랑하기로 했다. 그 낯선 여자와 밤을 지내고 아침에 홀로 비 맞으며 운동장을 돌다가 남자는 지난밤 함께한 여자에게 삐삐 메시지를 받는다.
“생일 축하해.”
이어지는 남자의 마지막 말.
“만약 기억을 통조림이라고 친다면, 영원히 유통기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유통기한을 꼭 적어야 한다면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2. 유통기한(소비기한)이 넘은 음식
월요일 저녁이 되자 둘째가 배가 아프다고 했다. 나는 그날 먹은 음식을 머릿속으로 스캔했다. 아침에 우유와 오후에는 양송이수프를 먹였다. 사실 우유의 소비기한은 12월 2일까지였으며 양송이수프의 소비기한은 1년 전이었다. 소비기한을 믿지 않았다. 여름이 아닌 겨울의 날씨에 우유가 냉장고에서 온도 변화 없이 쭉 있었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네 명이 아침에 같은 우유를 먹었었지만 별 탈 없이 오후를 보냈다.
그리고 둘째가 냉장고에 있던 가루수프를 보더니 먹고 싶다 했다. 유통기한이 훨씬 지났으나 끓이면 상관없을 것이라는 나만의 생각에 수프를 끓였다. 한 입 먹어도 이상한 냄새가 없어 나에게 합격되어 아들의 입속으로 맛있게 직행했다. 문제는 4시간 뒤였다. 배가 콕콕 아프다고 저녁 축구를 못 가겠다고 했다. 머릿속은 이미 아이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극한의 생각까지 이어졌다. 먹일까 말까 걱정했던 거리가 터졌다. 결국 우리 가족 다섯 명은 모두 축구를 가지 못했다. 약으로 긴급 처치를 한 결과 둘째는 금세 살아났고, 엄마의 죄책감도 스멀스멀 사라져 갔다.
3. 유통기한은 무엇을 말하는가
소비를 일으키게 하는 표식이다. 또 각 회사들이 이 물건에 대해서 사람들이 피해받은 부분에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사람들은 유통기한이 지났으니까 같은 음식을 다시 산다. 표시가 있어 사람들은 적당한 보호 아래서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기억을 음식으로 친다면 유통기한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년이라는 유행어처럼 사랑의 기억을 계속 품고 살기를 원한다는 말일까.
만화 원피스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총이 사람의 심장을 관통했을 때? 아니 불치병에 걸렸을 때? 아니 맹독 버섯 수프를 마셨을 때? 아니
사람들에게 잊혀질 때다.”
‘Dr. 히루루크’로 쵸파의 스승이 한 말이다.
둘째는 유통기한이 지난 수프를 마셔서 탈이 났다. 하지만 아이는 강했고 이겨냈다(다음부터는 음식 유통기한은 엄마로서 더 살펴야겠다;;). 중경삼림의 허지무도 전 여자 친구에게 유통기한이 없는 사랑이 되고 싶었다.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고 그녀의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했다. 그가 사랑의 유통기한을 만년으로 한다는 건 이제 새로운 여자와 찰나의 추억을 잊기 싫다는 것이다. 잊혀짐은 사람들에게 또 시작할 수 있는 토대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잃기 싫은 소중한 추억도 희미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으면 정신은 죽지 않는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정신은 엄마가 엄마의 엄마에게서 받은 DNA와 경험이다. 유통기한은 기간 안에 생각을 갇히게 만든다. 더 나아갈 수 없도록 하는 틀과 같다. 생각의 유통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최근 대혼란의 대한민국도 계엄령의 유통기한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겪어왔던 경험은 정신이 살아서 현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