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류머티즘
9월이 지나고, 10월이 성큼 다가왔다.
이맘때가 되면 유난히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뾰족한 밤송이 속에 고이 숨겨져 있는 알밤이다.
단순히 좋아해서만은 아니다. 그 안에는 오래전 기억, 잊히지 않는 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우리 집은 늘 먹을 것이 부족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엄마는 성장기인 우리가 잘 먹고 잘 자라길 바라셨다. 엄마는 어디선가 밤을 주워오셔서는 삶아낸 뒤, 작은 티스푼으로 알밤의 속살을 하나하나 퍼서 양은그릇에 담아주셨다.
그때는 몰랐다. 그저 엄마가 떠주는 대로 받아먹기만 했다.
류머티즘으로 손가락마저 휘어 있던 엄마의 고통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내 아이들을 위해 밤을 삶고, 직접 속살을 파내는 일을 하면서야 그때의 엄마 손이 떠올랐다.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고, 작은 숟가락으로 속살을 퍼내는 일은 생각보다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손끝이 시큰거린다. 건강한 손으로도 이렇게 아픈데, 손가락이 다 휜 엄마는 오직 우리를 먹이기 위해 그 모든 통증을 묵묵히 견뎠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서일까. 10월은 나에게 유독 설명할 수 없는 아픔이 스며 있는 계절이다. 밤송이의 가시에 찔리면 아프지만, 그 아픔을 견디고 꺼낸 알밤의 맛은 유난히 달다.
그 맛은 마치, 아픔을 감추고 묵묵히 우리를 먹이던 엄마의 사랑이 녹아 있는 듯하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그 한입 한입이, 어쩌면 엄마의 고생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