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만의 기억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반짝이는 트리와 선물로, 또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웃음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크리스마스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대구에 살던 시절이다. 정확히 2003년이었는지, 2004년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건, 대구에서는 보기 드물 만큼 크고 묵직한 함박눈이 내리던 날이었다는 것이다. 기록으로 남은 폭설은 아니었을지라도, 어린 나에게 그날의 눈은 세상이 모두 덮일 만큼 충분히 컸다.
골목길 가로등 아래에서 주황빛에 비추어지던 눈송이들.
차가운 공기 속에서 하얗게 피어오르던 입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그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허름한 집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가난의 시간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아픔을 헤아릴 줄도 몰랐다. 그저 주어진 하루를 살아내는 데에 바빴다.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누군가가 주는 선물의 날이 아니었다.
선물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고, 케이크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가 아니면 엄두도 낼 수 없는 값이었다. 그날이면 집 근처 가게에서 큰맘 먹고 케이크 하나를 사 오곤 했다.
하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밥상 앞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다. 그 평범한 저녁이, 그 시절의 나에게는 충분한 크리스마스였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화려한 기념일이라기보다,
함께 살아냈다는 기억에 더 가깝다.
아픈 기억도 분명 남아 있지만, 결국에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각자만의 크리스마스가 있듯,
나의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조용하고 담담한 겨울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