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의 밤

빛이 들어오는 시기

by 슬기롭군

2025년도 끝자락에 서 있다.

달력의 마지막 장이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자연스레 한 해를 돌아본다. 잘해낸 것과 아쉬웠던 것, 끝내 넘기지 못한 마음들까지 함께 정리하며, 나는 ‘동지’를 떠올린다.


동지(冬至).

겨울 동(冬), 이를 지(至).


계절이 가장 깊은 곳에 이른 날이다.

겨울의 절정이자, 동시에 겨울이 끝을 향해 돌아서기 시작하는 순간. 얼핏 보면 마지막 같지만, 동지는 끝이 아니라 전환점이다.

이 날을 기점으로 낮은 아주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한다. 지금은 체감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한 변화지만, 분명히 빛은 돌아오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들은 동지를 ‘작은 새해’라 불렀고, 태양이 다시 태어나는 날로 여겼다. 가장 어두운 순간이 가장 먼저 빛을 맞이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끝이 보인다고 느끼는 순간, 더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그 시점이 사실은 새로운 계절로 넘어가는 문턱일지도 모른다. 당장은 달라진 게 없어 보여도, 낮이 조금씩 길어지듯 우리의 삶도 조용히 방향을 바꾸고 있을지 모른다.


겨울이 절정에 이르러야 봄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는 말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의미로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버텨온 시간에 대한 위로일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다시 한 번 내딛어도 괜찮다는 신호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빛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각자의 인생 속 빛은 분명 조금씩 길어져 있을 것이다.


각자의 삶에서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혹은 앞으로 맞이하게 될 ‘동지’를 마음에 품고 2025년을 마무리해본다.

끝은 결국 전환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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