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바다 / 우연히 아이와 놀다 자석보드판에 가지런히 정리한 자석들을 보고 보드판이 바다이고, 자석들은 모래사장으로 바라본 시선이 너무 귀여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보지 못한 어린이의 시선이 아닐까?
이 소재를 통해 글을 써보려 합니다.
자석바다 (채슬기) 24.12.14일
철썩철썩 파도가 모래사장에 있는 자음들을 깨웁니다.
철썩철썩 하나, 둘 깨운 자음들은
파도로 인해 자신의 모습이 바뀌어져 갑니다.
파도가 힘이 너무 센 걸까요?
ㅈ이 힘 없이 깎여 ㅅ이 되었고, ㅍ은 요리조리 구겨져 ㄹ이 되었으며, ㅎ은 모자가 지워지며 ㅇ이 되어버렸습니다.
"우엥~~~ 내가 이상한 모습이 되어버렸어"
ㄹ이 되어버린 ㅍ이 바다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터져 버렸습니다.
파도가 말을 꺼냈습니다.
"미안.. 나도 이렇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았어."
덩달아 모습이 바뀐 자음들은 눈물을 터트려버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울지 마 얘들아, 내가 도와줄게."
넓은 바다가 소리쳤습니다.
바다는 멀리서부터 무언가를 흘려보내주었습니다.
출렁출렁 출렁출렁
"얘들아, 소개해줄게 ㅏ이야."
바다는 모음을 소개해주며 말했습니다.
"ㅏ이는 평생 혼자 떠돌며 살아온 아이야. 친하게 지내봐 분명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야."
그렇게 파도와 바다는 떠나가듯 잠잠해졌습니다.
자음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거지?"
"서로에 대해 모르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야."
눈치만 보던 ㅏ가 소심하게 말을 꺼냈습니다.
"저.. 저기 얘들아 안녕? 나는 ㅏ라고 해. 난 항상 떠돌이 생활을 했었어. 모음은 모음끼리 붙을 수 없고 서로 밀어내더라고. 그래서 정처 없이 떠돈 거 같아. 그런데 어느 순간 너희를 보고 무언가의 이끌림을 느낀 거 같아. 그래서 바다에게 부탁했어. 이곳으로 보내달라고."
ㅇ이 말했습니다.
"그럼 뭐 해, 우리 모습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걸!"
ㅏ이가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우린 자석이잖아? 모음끼리 붙을 순 없지만 서로 밀어내지 않고 자음과 모음은 붙을 수 있지 않을까?"
ㄹ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의 모습이 바뀔 수 있다는 거야?"
ㅅ도 덩달아 말을 했습니다.
"지금 바뀐 모습을 네가 도와줄 수 있다는 거야?"
ㅏ이가 대답했습니다.
"응, 크게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우리 서로 붙어보자. 그럼 알 수 있잖아?"
그렇게 ㅅ.ㄹ.ㅇ과 ㅏ가 한 곳으로 모였습니다
"우선 ㅅ에게 붙어볼게."
지-지-직!
둘은 자연스레 합쳐져 '사'로 변했습니다!
ㄹ과 ㅇ은 놀랬습니다.
"이번에는...'
지-지-직!!
ㄹ과 ㅏ가 붙어 '라'가 되었습니다! 그 후 ㅇ과도 붙어 '아'도 되었지요~?
모두 신이 나 웃었습니다.
"우와~ 내가 이렇게 멋진 한글이 될 수 있다니!"
ㅏ는 더 많은 자음을 포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ㅅ.ㄹ.ㅇ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두 명씩 나에게 붙어봐"
그렇게 상라.. 상랑.. 랏상. 살아..
'사랑'
사랑이라는 단어가 완성되었습니다.
바다. 파도. 모음과 자음...
이 글을 통해 제가 이야기하고픈 것은 독자분들께서 이해하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상처 주고 싶지 않았는데 상처 준 파도.
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다 도움의 손길을 간접적으로나마 해준 바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모음과 자음들
그들은 결국 '사랑'이라는 단어를 완성시킵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서로가 보완하여 만들어 간 것입니다.
자석은 아시겠지만 같은 극은 서로 밀어내는 성질이 있습니다. 자석을 소재로 쓴 건 같은 성질의 사람이 서로 밀어내는 것보단 다른 성질의 사람을 만나 서로 붙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부족한 글솜씨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보았습니다.
모음이 한것은 '포용'입니다.
포용이란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들인다는 뜻이 있습니다.
모음의 조건 없는 포용으로 깎이고, 찌그러지고, 사라진 모습을 감싸준것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한편으론, 모음이란 저에게 남편, 자음은 저라고 이야기 할 수있겠네요. 하하
언제나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하며, 다음 작품도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신. 언젠간 그림도 그려 올려보겠습니다. 부족한 그림솜씨도 봐주실 수 있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