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준비해서 오픈하겠다는 생각은 잠시 넣어두기로
애초에 모든 것을 갖추고 자신 있게 카페를 오픈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2달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치며 남편과 내가 아무리 업무를 쳐내도 끝이 안 보였기 때문이다. 완벽주의를 추구하기는커녕, 적당히 준비하기도 어찌나 버겁던지. 이러다가는 1년이 지나도 절대로 카페 오픈을 못할 것 같았다. 일단 어떻게든 시작을 하고, 손님들 반응을 보면서 부족한 부분은 차근차근 보완해 나가기로 계획 수정.
매장 앞 큼지막한 현수막에 <7월 중 오픈>이라고 표기해 놨기에 약속한 기한을 지켜야만 했다. 설마 우리가 아무리 늦어도 7월 안에는 오픈 못할까 싶어서 넉넉하게 잡은 날짜였다. 하지만 막상 하루하루가 절실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여차저차 미루고 미루다가 8월이 되기 딱 하루 전인 7월 31일에 오픈을 했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7월 안으로 턱걸이를 할 줄이야. 코메디가 따로 없었다.
5월 말 상가 임대 계약을 하고 6월 중순 잔금 치른 후 7월 말 오픈까지,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몇 달이었다. 난생처음 사업자등록을 하고, 은행에서 사업자 통장을 개설하고 카드를 발급받고, 위생 교육을 거쳐 영업 신고 하고, 건강진단결과서를 발급받는 등 행정적인 절차도 하나둘씩 처리해 나갔다.
핵심 재료인 원두와 두부를 비롯한 각종 식재료의 온 오프라인 거래처를 정하는 데도 한참 걸렸다. 두부 티라미수 제조에 필요한 베이킹 용품들을 구매하고, 각종 집기류도 구매했다. 주방 용품과 비품들도 왜 이렇게 필요한 게 많던지. 정신없이 내내 지출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두부티라미수를 제대로 준비해야 했다. 대량 생산을 위해 쉼 없이 테스트했다. 명확한 수치로 계량화하고, 제작 과정도 매뉴얼화시켰다. 티라미수의 종류도 정하고, 비주얼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데코에도 신중을 기하며 많은 연구를 했다. 동시에 원가 계산을 하고 가격을 설정하느라 엑셀을 열심히 두드렸다.
티라미수를 잘 담아낼 수 있는 실용적이면서도 적절한 크기와 모양의 그릇을 찾느라 동분서주했고 마침내 적합한 그릇을 찾았다. 티라미수 특성상 냉동이나 냉장보관이 필수인지라 테이크아웃을 대비하는 게 꽤 신경이 쓰였다. 이 또한 수차레 샘플을 구매하고, 테스트하며 최적의 방식을 찾아갔다. 물론 이 후로도 몇 번 더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음료 메뉴도 대비를 했다. 서울에서 아무 연고 없이 강릉에 와서 용감 무식하게 카페를 오픈한다는 소식을 건너 듣고, 한 지인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온정의 손길을 내밀어 줬다. 10여 년 카페를 운영했던 고수가 기꺼이 합류해 주니 어찌나 든든하던지. 초반에 원두 테스트도 함께해 주고 매장 운영 전반에 대한 세심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질문을 폭풍으로 쏟아부었다. 음료 제조 레시피도 오픈해 준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음료 메뉴를 준비할 수 있었다. 두고두고 감사할 일이다.
시그니처 음료 메뉴인 두부를 활용한 음료는 진작부터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내내 테스트 중이었다. 컵 모양도 여러 가지 형태로 달리 해보고, 허브 장식도 고심해서 고르고, 다양한 재료로 최적의 맛과 조합도 찾아갔다. 음료 제조 순서와 적정 용량도 정하는 등 테스트를 핑계로 열심히도 먹었다.
가구 및 소품을 들이고 인테리어가 점차 마무리되어 갈 즈음, 각종 인쇄물에도 만전을 기했다. 명함부터 각종 스티커 등등 개인 카페의 한계를 넘어 가능한 일관성 있고 정돈된 모습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스토리와 티라미수에 대한 설명을 담은 메뉴 카드도 제작했다. 포장 손님들에게는 따로 첨부하고, 매장 손님들에게는 잘 보이도록 테이블마다 비치했다. 자고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알고 먹어야 더 맛있을 테니.
어쩔 때는 우리가 과연 카페를 운영하는 건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건지 헷갈렸다. 이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소소한 곳 하나까지도 집요하게 디자인 작업을 하는 남편 덕분에. 아무튼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명품이냐 아니냐도 결국 한 끗 차이니까.
결과적으로 티라미수는 딱 2종류, 음료 메뉴는 최소화하여 운영을 시작했다. 시간도 촉박했고, 우리의 스킬도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드디어 떨리던 오픈 일, 아무도 없으면 어쩌지 싶어 조마조마했다. 11시 땡 하고 오픈과 동시에 달려온 첫 손님은 교회 식구들이었다.
휴가를 쓰고 일부러 찾아온 가정도 있었고, 매장 곳곳의 인테리어 보수 공사를 도와줬던 분도 오셨다. 지나가면서 늘 궁금해서 오픈일만 기다렸다는 동네 이웃분들도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속속들이 도착하는 화환은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매장에 겨우 빼곡히 자리를 잡을 만큼 많은 분들이 우리의 개업을 축하해 주었다.
카페 오픈 전 여러 차례 모의 연습을 했지만 실전은 또 달랐다. 포스기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건 기본이요, 각종 소소한 실수가 이어졌다. 단체 고객이 몰려오는 모습만 봐도 진땀이 나기도 했고, 버벅거리며 메뉴를 겨우 준비했다. 지금도 어렵지만 그 당시에는 더더욱 힘들었던 재고관리와 수요예측은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별거 없는 신생 카페를 찾아와 준 고객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뿐이다. 그 흔한 리뷰 하나 없는, 메뉴도 단출하기 짝이 없는 우리 카페를 찾아와 주시다니. 그 귀한 발걸음이 지금까지도 참 고맙고,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이야 네**플레이스 리뷰도 1000개가 훌쩍 넘고, 방송사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도 꽤 많이 노출이 되었지만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야말로 무(無)의 상태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하면 확실히 지금은 많이 성장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매장 운영은 점점 안정적이고 우리 부부는 더 단단해져가고 있다.
카페 창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관련 경력을 살려서 충분히 해낼 거라 생각했고, 남들도 다 하니까 금방 할 줄 알았지만 직접 A부터 Z까지 겪어보니 차원이 달랐다. 여전히 매출은 오르락내리락 요동을 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많이 왔고, 잘하고 있다고 셀프 토닥토닥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