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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Jul 21. 2021

밥 보다 쉬운 파스타 만들기

바질페스토만있으면 10분 만에 뚝딱

아침에 즐겨 먹는 메뉴 중 하나가 샌드위치이다. 토마토, 오이, 상추, 햄도 있겠다, 친정에서 공수해 온 루꼴라도 있으니 샌드위치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 크랩도 남은 게 있어 재료에 첨가한다.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할라피뇨 슬라이스와 홀그레인머스터드는 필수 아이템. 어른들은 잡곡식빵을, 아이들은 전에 만들어 놓고 냉동해 둔 아몬드가루식빵을 준비했다.


일찍 일어난 둘째는 아침 식사 준비를 도와드리겠다며 적극 나선다. 어디 보자, 네가 수행할 임무(사고 치지 않고, 난이도가 낮은 일)가 뭐가 있으려나? <식빵에 허니머스터드소스 바르기>라는 소소한 일거리를 던져준다. 자신 있게 척척 해내는 아이가 기특하다.


이렇게 완성된 샌드위치. 크랩 샌드위치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크랩의 양이 너무 적고, 햄치즈 샌드위치라고 하기에는 또 치즈가 안 들어갔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아무 샌드위치라고 해야겠다. 피클도 꺼내 같이 곁들여준다. 그러고 보니 피클도 벌써 다 먹었네. 조만간 피클 작업도 해야겠구나 싶다.  

조식으로 <아무 샌드위치> 나왔습니다!



점심은 재택근무 중인 남편과 나 둘이 먹는 식사. 밥 하기는 귀찮고, 뭔가 맛있는 건 먹고 싶고, 그래서 결정한 메뉴는 바질페스토 파스타. 엊그제 선물 받은 바질페스토가 한 병 있어 어찌나 든든한지, 이 날을 위해 아껴두었다. 물론 빵에 발라먹어도 맛있지만 파스타로 먹으면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스파게티면이 마침 똑 떨어져서 꼬불꼬불한 모양의 푸실리로 대신했다. 


마늘 송송 슬라이스 해서 올리브유에 달달 볶아주고, 양파도 같이 볶아준다. 간은 소금 후추는 기본이요, 치킨 육수도 소량 첨가한다. 여기에 삶은 푸실리와 바질페스토를 넣고 볶아주면 끝! 참 간단한 조리방법이다. 손이 많이 가는 한식에 비하면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쉬운 한 그릇 요리랄까. 

바질페스토 듬뿍 곁들인 푸실리, 그리고 카프레제


오일 파스타에는 카프레제가 찰떡궁합이다. 모짜렐라치즈, 바질, 토마토를 겹겹이 쌓아주고 발사믹소스를 둘러주면 완성. 삼색이 참 잘 어울린다. 홈메이드 레몬에이드도 빠질 수 없는 단골 음료.

식탁 위가 온통 초록초록~



저녁은 샤브샤브로 일찌감치 정했다. 이열치열이라고, 뜨끈한 국물로 몸보신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보통 샤브샤브는 해물이나 소고기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요리하는데 이 날은 달랐다. 고기파인 남편은 소고기가 좋대고, 아이들은 주꾸미가 좋다고 하니 그렇다면 나의 대답은 "둘 다 하지 뭐"


먼저 진하게 육수를 내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동안 야채 손질하며 모아 둔 자투리 야채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 여기에 디포리와 다시마도 넉넉히 넣어 팔팔 끓여준다. 진한 육수가 준비되었다면 이제 맛은 보장! 

샤브샤브의 시작은 진한 육수로부터


갖은 야채를 총집합시킨다. 이 날의 샤브샤브 만찬을 위해 버섯, 알배추, 청경채도 사놨다. 주꾸미는 손질하느라 30분은 족히 걸린 듯하다. 역시, 맛있는 식사를 하려면 쉬운 게 하나 없다. 이에 비하면 소고기 샤브샤브가 훨씬 편하긴 하다. 샤브샤브용 소고기만 사놓으면 그만이니.

샤브샤브 준비 완료! 


재료들을 평소보다 단출하게 준비했는데, 왠지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날도 밥 다 먹고 아이들은 여전히 배고프다며 시리얼로 후식을 먹었다는 슬픈 후문) 원래는 야채만 두 접시 준비하는데 이 날 따라 재료가 좀 부실했나 보다. 너무 소고기와 주꾸미만 믿고 있던 걸까. 

다음에는 좀 더 분발할께요! 푸짐한줄 알았으나 부족했던 샤브샤브 재료들


기대감에 잔뜩 부푼 아이들은 어김없이 주방을 어슬렁거린다. 언제 먹을 수 있냐, 뭐 도와드릴 것은 없냐며 말이다. 하여간 본인들이 좋아하는 메뉴에는 이리도 적극적이고 협조적이다. 소스를 그릇에 덜어달라고 미션을 주고 그동안 부지런히 저녁 식사 준비를 마무리한다. 

"소스는 저희가 책임질게요!"


휴대용 인덕션은 샤브샤브 먹을 때 필수 아이템. 팔팔 끓는 육수에 먼저 야채를 하나둘씩 퐁당 담가주고, 나중에는 주꾸미도 입수시킨다. 너무 푹 익으면 질겨지니까 적당히 익혀야 한다. 타이밍이 관건! 보들보들하면서도 쫀득거리는 이 식감, 예술이구나. 이어 소고기도 넣어 준다. 아무래도 기름기가 있는지라 해물 먼저 먹고 고기를 먹는 게 더 나은 방법이다. 


골고루 먹는 첫째 아이와는 반대로, 둘째는 주꾸미와 고기만 먹어 여전히 그릇에 야채들이 가득했다. 무언의 압박감으로 빈 그릇과 아이를 차례로 바라보며 레이저를 쏘아대니 배시시 웃으며 그제야 야채를 주섬주섬 먹는다. 

주꾸미 샤브샤브로 먼저 즐기고~ 그 다음이 소고기 차례


남은 육수에 국수를 먹기도 하지만 오늘의 선택은 죽! 찬밥을 꺼내고 계란과 파도 넣어준다. 원래는 미나리와 당근을 송송 썰어 넣어주면 맛도 비주얼도 좋은데 아무것도 없는 관계로 그냥 있는 재료로 적당히 먹기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은 인기 만점.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넉넉하게 둘러주면 그야말로 고소함이 폭발한다.

역시 샤브샤브의 마무리는 죽


해물과 고기, 이 둘을 모두 정복하고 나니 마치 양다리 걸친 기분이랄까. 아무튼 이것으로 저녁밥도 잘 마무리! 한 여름 에어컨 밑에서 코를 풀어가며 먹는 뜨끈한 음식도 어찌 보면 참 매력 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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