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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Jul 27. 2021

이런게 바로 소소한 행복, 빵모닝!

흔한 빵순이의 아침을 여는 방법

앉으나 서나 빵 생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빵을 유독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갓 구운 빵을 맞이할 때는 그야말로 경건해진다고나 할까. 오븐에서 나온 뜨끈뜨끈한 빵의 맛은 제 아무리 유명 베이커리에서 산 빵이 있다한들 집빵이 완승이다.


아침부터 재료를 계량해서 반죽을 하고 발효를 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날 저녁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냉장고에서 8~10시간 천천히 저온 발효한 빵의 맛은 과연 어떨까?

하루 전날 저녁 미리 만들어 둔 빵은 냉장고에 고이고이 모셔둠


갓 구운 모닝빵을 먹을 생각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설렘이 폭발한다. 오븐 예열부터 해 두고 얼른 빵을 구워본다. 집안이 온통 고소한 빵 냄새로 가득하다. 몇 분 후, 드디어 완성! 몽실몽실 오동통한 빵은 보기만 해도 엄마미소가 절로 난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예쁜 너란 존재란!


빵모닝을 위해 전날 잼도 만들었다. 왼쪽부터 고구마잼, 블루베리잼 그리고 토마토잼. 이 중 단연 토마토잼의 존재감이 가장 컸다. 완숙토마토에 양파와 소금, 아가베시럽을 넣고 뭉근하게 끓여주면 되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맛은 기가 막히다.


모닝빵은 밀가루로 만든 빵이기에 아이들은 쌀가루빵을 만들었다. 반죽이 좀 실패였는지 비주얼이 영 꽝이었지만. 미안하다 얘들아. 아무튼 갓 구운 빵으로 여는 아침은 참으로 행복했다.

"행복이 별거 있나? 이런 게 바로 행복이지!"


양송이가 조금 남았길래 후다닥 스프도 끓였다. 빵에는 스프가 제격이니까. 하지만 급한 마음에 버섯을 볶을 때 살짝 방치해 둔 탓에 탄맛이 좀 느껴진다. 일명 탄송이스프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는 후문.

양송이스프인가, 탄송이스프인가



점심은 간단하게 잔치국수로 정했다. 쌀소면도 있겠다, 넉넉하게 만들어 놓은 진한 육수도 있겠다, 야채도 있겠다 마치 잔치국수를 위한 날인 듯했다. 시원한 국물과 함께 호로록 면치기를 할 생각에 벌써부터 잇몸이 만개한다.


국수만으로는 허전해서 그 공백을 채우고자 냉동실에서 항시 대기 중인 만두가 출동했다. 분명 눈꽃만두를 만든 건데 영 비주얼이 허술하다. 게다가 또 태우고야 말았다. 오늘은 태우는 날이로구나.  

눈꽃 만두입니다만... 다음에는 분발합시다!



여름의 장점은 아보카도가 빨리 잘 익는다는 것. 손으로 눌러보니 아보카도가 잘 익었다. 반으로 갈라보니 어쩜 이렇게 예쁘게 잘라지는지. 벌써부터 기분이 참 좋다. 저녁 요리는 실수 없이 제대로 만들어서 반드시 명예회복을 해야겠다 싶었다. 결의를 다지며 전투복(=앞치마)을 두른다.

이게 뭐라고! 잘 익은 아보카도 컷팅의 기쁨이란


아보카도명란밥은 재료가 비교적 단출하다. 먼저 잘 익은 아보카도, 계란 프라이(반드시 한쪽 면만 약불에서 천천히 익혀야 한다. 노른자가 생명!) 그리고 명란, 김가루가 필요하다. 여기에 고소함을 담당해줄 참기름과 참깨 또한 필수.

아보카도명란밥의 재료 총집합! 단체사진 한 컷


항상 그랬지만 어째 애들이 더 잘 먹는다. 밥의 양으로 치면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이 나보다 더 많이 먹는다. 다 먹고 꼭 "더 주세요!"를 외치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꾹꾹 눌러 담아 많이 준다.

명란아보카도밥 나왔습니다!


이로써 또 한 번 한 그릇 요리의 완성. 국 끓이고 반찬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고 좋다. 설거지의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노른자를 톡 터뜨려 쓱쓱 비벼주면 촉촉한 아보카도명란밥이 완성된다. 이 영롱한 색감을 카메라로 담아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매일 오늘처럼 잘 먹어주면 좋으련만, 둘째 아이는 늘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까다로운 녀석 덕분에 늘 요리에 대해 고민하고, 변화를 주려 애쓰게 되는 듯하다. 나의 요리 실력이 조금이라도 늘 수밖에 없는 이유랄까.


어쨌거나 내일도, 모레도 네 식구의 삼시세끼는 계속된다!



*본 글은 Daum 홈&쿠킹 섹션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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