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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Oct 22. 2021

떡볶이에 진심인 편 입니다만...

왜 떡볶이가 좋냐고 물으신다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 최소 주 1~2회는 먹는 음식, 죽기 전에 딱 1개만 먹을 수 있다면 고민의 여지없이 선택할 수 있는 음식, 바로 떡볶이이다. 소울푸드가 무엇인지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1의 망설임도 없이 “떡볶이요!”라고 대답할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 떡볶이 덕후인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물론 압도적으로 여성의 비율이 높다는 게 흥미롭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떡볶이에 열광하는 것일까?


일단은 대중적인 맛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기본으로 달고 짠맛(일명 단짠)이 추가되면서 그 맛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다. 이 맛을 거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두 번째, 저렴한 가격이다. 비교적 분식류는 다른 음식에 비해 푸짐하고 가격도 낮다. 고로 주머니 사정 가벼운 학생들일지라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만만한 메뉴이다. 2인 기준으로 볼 때 1만 원 안팎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이다. 


세 번째, 높은 접근성. 생각해보면 떡볶이만큼 먹기 쉬운 음식도 없다. 집 근처 식당만 봐도 떡볶이집은 한 두 군데쯤은 꼭 있다. 어디 이 뿐인가. 길거리 음식의 진수 포장마차의 필수 메뉴요, 분식집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 메뉴이며, 편의점에서도 다양한 라인업의 떡볶이를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일반 마트에서는 반조리식품으로 수많은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저마다의 특색 있는 맛을 뽐내고 있다. 그야말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메뉴인 것이다. 


네 번째,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분명 ‘떡볶이’라는 명칭은 하나이지만 소스, 떡, 부 재료 등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그만큼 상상 이상의 다양한 떡볶이 조합이 탄생할 수 있으며, 제 아무리 까다로운 입맛을 지녔다 한들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가 바로 떡볶이인 것이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떡볶이에 관한 논문을 쓴다면 10편도 더 쓸 자신이 있다”, 혹은 “이 열정이면 조만간 떡볶이 연구소 하나 차릴 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예전부터 취미이자 특기는 <떡볶이 맛집 찾아다니기>였다. 그리고 인생의 크나큰 즐거움이었다. 유명하다는 떡볶이집을 마치 성지 순례하듯 시간 날 때마다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실물을 영접했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대로 아무 기대 없이 지나가다가 들린 떡볶이집이나, 우연히 재래시장에서 들린 분식집에서 의외의 떡볶이 맛집을 발굴한 적도 있다. 소위 말하는 ‘얻어걸렸다’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튼 두 아이를 키우며 예전처럼 외출이 자유롭지 않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언제부터 인가 자연스럽게 떡볶이가 ‘사 먹는 음식’에서 ‘해 먹는 음식’으로 바뀌었다. 하도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떡볶이를 접해서일까, 제법 비슷하게 맛을 흉내내기도 하고, 완전히 새롭게 나만의 레시피로 재창작하기도 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떡볶이는 무조건 매운맛으로만 생각했는데, 아이들 입맛에 맞추다 보니 안 매운 떡볶이도 자동으로 여러 개의 레시피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떡볶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논해볼 필요가 있겠다. 매운 여부에 따라, 떡의 종류에 따라, 기본양념이나 육수에 따라, 그리고 부재료에 따라 각자의 선호가 있기에 언제나 논쟁의 대상이다. 특히 쌀떡파와 밀떡파의 팽팽한 대립은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Round 1. 맵냐 VS 안 맵냐

당연히 매운맛은 떡볶이의 기본 중 기본이다. 이에 더해 순한 맛, 보통맛, 매운맛, 화끈한 맛 등 여러 단계로 매운 강도를 세분화해서 선택할 수 있는 떡볶이집도 있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맛의 궁중떡볶이를 필두로 한 안 매운 떡볶이도 때로는 색다른 일탈이 되어준다. 궁중떡볶이가 뭔가 거창하다고? 부담 가질 필요 없이 그냥 장조림에 집에 있는 야채(버섯, 양파, 파, 파프리카 등) 몇 가지만 더해주면 훌륭한 떡볶이가 완성된다. 이 외에도 알리오 올리오 떡볶이, 참치 떡볶이, 간장과 다진 마늘을 베이스로 한 기름 떡볶이 등도 있다. 

어른들은 매운맛, 아이들은 안 매운맛


Round 2. 쌀떡 vs 밀떡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질문은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같은 정답이 없는 선택을 강요하는 소모적인 싸움일 뿐이다. 고로 둘 다 맞고, 둘 다 좋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물론 쌀떡에 손을 들어줘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밀떡 특유의 식감과 양념이 쏙쏙 배는 그 황홀한 맛을 포기할 수 없다. 물론 쫄깃함으로 치면 쌀떡도 질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쌀떡은 떡국떡, 가래떡, 현미떡, 조랭이떡 등등 그 종류만 해도 얼마나 다양하던가. 그만큼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은 분명 강점이긴 하다. 하지만 요새 인기 있는 누들 떡볶이는 밀가루가 대세이기에 쌀떡이 조금 밀리기도 한다. 

떡볶이의 맛을 좌우하는 떡! 떡집에서 사온 떡볶이떡은 단연 금메달감


Round 3. 소스

매운맛을 담당하는 고춧가루와 고추장은 맛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고춧가루만 사용하면 깔끔한 맛을, 고추장을 같이 사용하면 텁텁한 맛이 있으나 이 둘을 적절하게 황금비율로 사용하면 해결될 일 이긴 하다. 때로는 자극적인 맛을 위해 후춧가루를 넣기도 하며 극한 매운맛을 위해서는 캡사이신을 사용하기도 한다. 


뭔가 확 티가 나지는 않지만 살짝 이색적인 맛을 내려면 카레가루 만한 게 없다. 떡볶이에 짜장 가루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단독으로 넣기보다 고추장 소스와 짜장 소스를 반반 섞어 넣는 게 더 맛이 좋다.  아무튼 카레가루나 짜장 가루는 조연 치고는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하기에, ‘신스틸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가장 손쉽게 맛 보장된 방법도 있다. 시판 떡볶이 소스야 말로 모든 고민을 단박에 종결시켜준다. 밖에서 사 먹는 듯한 그 맛을 보장해준다. 마치 히든카드인 셈이다. 

카레가루 한 스푼 넣었을 뿐인데...


Round 4. 부재료

진짜 떡볶이의 맛은 부재료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아무 야채도, 아무 부재료도 허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맛의 우위를 보여주는 부산식 떡볶이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어묵, 양파, 양배추 정도는 대부분의 떡볶이에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에 덧붙여 깻잎, 마늘 튀김, 보리새우, 오징어, 참치, 콩나물, 삶은 계란, 메추리알, 모짜렐라 치즈도 각자 개성을 자랑하는 훌륭한 부재료들이다. 떡 만으로는 부족한 영양소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영양학적인 측면으로는 다양하게 섞는 것이 좋기도 하다. 


그리고 김말이, 만두(만두에도 물론 못난이 만두, 야끼만두 등 세분화할 수 있겠지만), 야채튀김 등은 선택사항이긴 하나 이들을 빠뜨리면 섭섭하다. 튀김 종류에도 떡볶이에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에 따라 찍먹파와 부먹파로 나눌 수 있다. 튀김 본연의 맛을 중요시한다면 당연히 따로 구분해서 먹는 게 정석이거늘, 떡볶이와 함께 푹 끓이며 흐물흐물해진 야끼만두는 즉석떡볶이의 백미 아니던가. 이 또한 둘 다 맞는, 정답 없는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사리류. 라면, 당면(일반 당면, 중국식 납작 당면), 쫄면, 우동 등이 해당된다. 한 가지만 넣기도 하지만 두 가지를 함께 섞어 먹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테면 라면사리 반, 쫄면 사리 반은 아주 훌륭한 조합이자 많은 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조합이다. 사리를 넣는다면 넉넉한 국물은 필수이다. 특히 당면의 경우 상당한 양의 국물을 잡아먹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바닥에 죄다 눌어붙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물론 눌어붙은 당면을 긁어서 먹는 그 재미도 놓칠 수 없다지만, 설거지를 생각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떡볶이의 맛은 내가 책임진다! 면사리부터 콩나물까지~





이 외에도 육수에 따라(멸치육수, 해물육수, MSG, 라면수프, 사골 등) 조리방법에 따라(기름에 볶느냐, 국물 없이 자작하게 끓이느냐, 국물을 넉넉히 하느냐 등) 논할 수 있지만,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이쯤 해 두려 한다.


그리고 모든 떡볶이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마무리로 볶음밥이 있다. 우리 민족은 뭐다? 바로 볶음밥의 민족! 김가루, 참기름을 듬뿍 둘러주고 모짜렐라치즈까지 얹어주면 금상첨화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무엇도 부럽지 않다. 이상하게도 아무리 배불리 떡볶이를 먹었다 한들 볶음밥으로 마무리를 하지 않으면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볶음밥까지 먹어야 비로소 그제야 “아~ 떡볶이 잘 먹었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집에서 만드는 떡볶이가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편견을 깼으면 좋겠다. 최근 몇 달 동안 먹었던 떡볶이 사진을 찾아보며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이토록 떡볶이가 다양했던가 싶었다. 그 종류와 특징을 잠시 소개하자면,



-라볶이: 가장 기본적이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음


-참치김치떡볶이: 참치와 김치를 기름에 볶다가 설탕 한 스푼 넣어 신맛을 잡아주고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조절하면 환상의 맛


-기름떡볶이: 통인시장 느낌으로, 간장 맛과 매운맛 두 가지 버전으로 먹으면 더 좋음   


-해물떡볶이: 냉동실에 있는 각종 해산물을 넣으면 되는데 오징어나 새우가 가장 만만함. 모둠 해물을 사는 것도 추천. 여기에 해산물찜 느낌으로 콩나물을 넣어주면 그 감칠맛이 더 극대화


-깻잎떡볶이: 깻잎 하나 얹었을 뿐인데 맛이 확 달라짐. 생 깻잎으로 채 썰어 담은 후 마지막 플레이팅 할 때 떡볶이에 올려주면 끝 


-마늘떡볶이: 간 마늘을 듬뿍 넣고 조리하든, 마늘편을 기름에 튀겨 고명으로 올리든, 통마늘을 튀김옷을 입혀 튀긴 후 올려도 됨.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마늘은 진리     


-궁중떡볶이: 표고버섯으로 고급진 맛을 높이고 알록달록한 파프리카와 계란 지단을 얇게 썰어 올리면 그야말로 비주얼 끝판왕        


-짜장떡볶이: 짜장 덮밥을 먹고 애매하게 남은 짜장 소스를 활용하면 됨


-간장떡볶이: 갖은 야채 때려 넣고 끓이면 되고, 장조림이 있을 경우 고기와 메추리알도 넣으면 더 근사해짐. 이왕이면 조랭이떡으로 만들면 아이들이 더 좋아함


-알리오올리오떡볶이: 마늘편과 올리브유는 기본으로 있어야 함. 베이컨을 넣으면 더욱 맛이 상승


모아서 보니 더 흐뭇한 비주얼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할만한, 나의 최애 떡볶이 레시피는?


일단 쌀떡을 선호한다. 그것도 떡집에서 사 온 갓 나온 말랑말랑하고 따끈한 쌀떡. 이것만 있어도 게임 끝이다. 그리고 육수는 디포리와 다시마 육수를 주로 베이스로 하고 고추장은 노노, 오직 고춧가루로만 깔끔한 맛을 구현한다. 여기에 간장과 설탕, 카레가루, 다진 마늘을 적절한 비율로 넣어준다. 국물은 넉넉하게 하는 편으로 당면 사리를 좋아한다. 다른 건 몰라도 양배추와 양파, 파 이 세 가지 야채는 꼭 넣어준다. 그래야 맛이 살아난다. 어묵도 최대한 넣어주는 편이고, 김말이와 군만두 두 가지는 에어프라이어에 바삭하게 구워 따로 내어 떡볶이에 찍먹으로 한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어떤 재료로 어떻게 먹든 떡볶이는 늘 옳다.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래서 떡볶이가 좋다. 아니 사랑한다.


학창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그리고 입맛 없을 때, 마음이 울적할 때면 습관처럼 찾는 떡볶이. 앞으로도 떡볶이에 대한 사랑은 변치 않을 것 같다. 빨리 초등학생인 자녀들이 자라서 매콤한 떡볶이를 같이 먹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게 소박한 내 소원이다.  



* 해당 글은 <Daum 홈&쿠킹> 메인페이지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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