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인간은 없다
저는 어제 글쓰는 것을 잊어버렸어요.
오늘은 병원가는 것을 잊어버렸구요.
망각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것들.
오늘은 이 '망각'에 대해 짧게 풀어볼까 합니다.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을 때
일의 순서와 중간 순서를 자주 잊어버리곤 하지만,
할 일이 없을 때도 망각은 찾아옵니다.
저는 오히려 할 일이 아무것도 없을 때 더 자주 망각하는 것 같아요.
망각은 저에게 말해줍니다.
넌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라고.
수더분하고 털털하며 잘 잊어버리는
그런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건넬 때,
완벽하고 잘해야한다는 부담감과 압박에서 벗어나
가장 편안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
망각은 나의 '약점'을 드러내줍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아시나요?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 오는 편안함처럼
잘 망각하는 약점을 드러내고 인정할 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요.
잘 망각하는 나조차 '온전히 나'임을 받아들이는 사람.
자신에게 가장 정직한 사람이 가장 강하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평일에는 어떻게든 '더 멋진 나', '더 완벽한 나'로 살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씁니다.
글을 쓰는 일을 하는만큼, 단어 하나 조사 하나
고쳐가며 하루종일 타이핑을 합니다.
주에 이틀 뿐인 이 시간이라도, 편해지고 싶어서 쉬기도 하고 자기도 해요.
지금 이 글도 수정 없이 굉장히 편하게 쓰고 있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온전히 '저'의 글이니까요.
물론 이 편안한 글을 우연히 발견한 누군가가 위로와 쉼을 얻는다면
그것만큼 기쁘고 감사한 일은 없을 듯 합니다.
' 내 최고의 장점은 내 결핍으로부터,
내 단점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요즘 읽고있는 정여울 작가님의
<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365 > 에 나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입니다.
내 자신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하는 것 같아요.
저의 직업, 가족의 맏이, 제가 살아오고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들,
그런 꺼풀들을 모두 훌러덩 벗겨버린
창피하고 부끄럽고 추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요.
그리고 창피함과 부끄러움과 추함이 없어질때까지
꽉 끌어안아주는 그런 연습이요.
저의 22명의 독자들도,
이 글을 어떤 경로로든 들어와서 보게 된 독자들도
이런 연습을 매일 같이 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