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깨는 현석이 Aug 02. 2019

19.07.31 - '글밥먹는' 당신들이 너무 대단해.

휴학생 짧은 일기.

글을 쓰다 보니까 아침이다.

맞다. 내가 올린 그 궁색한 변명 일기 말이다.

그걸 쓰는데 세상에 몇시간이 걸린지 모르겠다. 잠깐 밖에 바람쐬러 나왔더니 하늘이 너무 파랗길래 '아니, 뭐 몇시여? 벌써 뭐 아침같네?' 했는데 그게 아니고 진짜 아침이었다.

세상에. 중요한 건 '그걸 쓰는데 몇시간이 걸렸다고?'가 아니다. 정말 몇시간이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글만 썼다는 거다. 아.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정말 오랜만에 내가 원하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해서 시간을 쏟을 수 있어서.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나는 이런 종류의 나를 확인할 때 제일 마음이 놓인다.

최근의 나는 이런 에너지가 없어진 것만 같았는데. 아니구나. 이 얼마나 한심하고 충실한 하루인가. 드라마로 생긴 작용으로도 쉬지 않고 생각하고 몇시간이고 글을 쓴다니. 돈도 한 푼 벌 수 없는데 밤을 새우다니. 내가 너무 한심하고 대견해 죽겠다.


역시 제일 솔직할 때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쓸데 없는 고민을 안하고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말하는 솔직할 때는 간절할 때 인데, 오렌지이즈더뉴블랙은 역시 나를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궁지로 몰았던 것이 분명하다. 궁지에 몰리면 애써 나쁜 감정을 못 본 척, 좋은 사람인 척 할 수 없게 되니까 말이다. 요 몇일 우울한 날들이 이어졌어도 글 쓰고 싶은 마음이 안들었었는데. 나를 결국 글을 쓰게 만들다니. 정말 대단한 드라마야!


나는 이러면 너무 마음이 놓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식물같은 나를 보며 전전긍긍 불안해하던 지난 시간들이 그럴만하니까 그랬었던 시간이 되는 순간 같아서. 정말 마음이 놓인다.


아니 그런데 글밥 먹는다는 사람들은 그러면 어떻게 매번 시간 맞춰서 이런걸 뚝딱뚝딱 해내는 걸까. 심지어 글도 엄청 잘 쓰던데. 그럼 그네들은 이런 몰입들을 얼마나 많이 겪었을까. 그리고 나는 이런 걸 몇 번이나 겪어야 뭔가를 글밥 먹는 사람들 처럼 해낼 수 있게 될까. 꼭 글이 아니어도 말이다. 정말이지 당신들은 항상 너무 대단해.

매거진의 이전글 19.08.24 - 뭘 해 먹고살아야 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