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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석이 Mar 27. 2021

20.01.23 - 우울증, 불안,공황장애

휴학생 짧은 일기.

아침에 일어났더니 꿈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지 마음이 싱숭생숭 또 불안하고 말았다.

거실엔 아부지가 앉아계셨다. 나는 아부지에게 안아달라고 했다. 아부지는 아유 그래 하시며 나를 꽉 안아주었지만, 왜인지 당장이라도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은 느낌에 걷고 오겠다 말씀드리고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집에 내려오면 담배를 마음껏 피지 못한다. 우선 나는 암환자고 그 사실에 대해 자각이 없기 때문인, 무신경하고 책임감 없는 나의 태도를 비난 받는게 겁이 나기 때문이다. 집 밖으로 나와 다른 아파트 단지 구석 흡연구역에 들어선 나는 그제야 손가락을 덜덜 떨며 담뱃불을 붙였다. 깊게 들이쉬고. 내쉬고. 하얀 김이 무럭무럭 습기찬 공기에 젖으며 공중으로 퍼져나갔다. 구수하고 지독한 찌든 내가 손가락에 텁텁하게 배고 나는 남은 담뱃잎이 다 타서 필터만 남을 때까지 몇 모금이고, 몇 모금이고 질척하게 필터 끝을 갈급하게 빨아댔다.


꼭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처럼 끔쩍끔쩍 아픈 감각이 들었다. '똥이 마렵다' 따위의 흔하고 일상적인 생각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잠시의 찰나, 스쳐가는 일상적인 순간들이 아주 작은 파편 조각 처럼 느껴졌다. 내 일상적인 순간은 무거운 마음에 와작, 아주 가볍게 파편으로 조각나곤 한다.


이럴 때는 일단 이유 불문, 지금 이 순간을 아주 면밀하게 그래서 완전하고 안전하게 확인하여야 한다. 사실 완전하고 안전하게 지금을 확인하는 방법은 별 것 없다. 그저, 지금 그래서 내가 무슨 위기에 처해있는지 그 사실여부만 확인할 수 있으면 그 뿐이다. 다만 나는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아주 인위적인 집중을 해내야 한다. 집중해서 내가 지금 사실은 굉장히 안전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나면 빠르게 나를 어르고 달랜다. '괜찮아. 아무 일도 없어. 괜찮아. 현석아,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정말 다행스러운 사실은 걷는 것 처럼 아주 단순하고 간편한 운동만으로도 회복이 빨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한 걸음 한 걸음 마다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거나, 그 어둡고 곰팡이진 마음 한 구석에 온몸이 오염되어 버리는 것 같은 근지럽고 추접스러운 무기력감에 걸어온 만큼 돌아가는 것도 걱정이 되고 만다. 이 무기력감은 아주 추접스럽다. 동정을 구걸해 연명하고 인정을 수단으로 취한다. 그렇게 나를 깡깡하고 추접스러운 사람으로 만들고 마는데 이 때의 내 얼굴은 퍽 볼만하다. 마음 한 구석 자존심에 마음 편히 추접스러워지지도 못하는 표정.


하지만 이미 바닥나버린 것 같은 의지력을 짜내듯 발휘해내 걷다보면 걸음에 속력이 붙고 그 바람에 각질같은 마음이 씻겨 날아가는 다행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늘한일


아부지와 대화

가족들에게 원망하지 않는다 선언

하지만 왜인지 다섯명이 모이면

어째서일까.

다들 어색한 낮짝 한걸음을 건너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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