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을 지키는 아들은
돈이 된다는 말에 집 뒤 논을 엎어 벚꽃나무를 심었다
아들이 하는 일이라 말리진 못하고
늙어가는 어머니는 밥상을 치우다 잔반을 털어내듯 말한다
"아부지가 남기고 간 논인디 그 양반이 섭섭하지 않으려나..."
-"우리가 잘 살믄 아부지도 좋아흐시겄제.
저 나무들이 우리 평생 밥 먹여줄 거요."
살가운 데 없는 아들이라 어머니는 입을 다물었다
장가 가서도 홀몸인 엄마 걱정에 고향에 자리잡은 아들이 고마울 뿐이다
두세 마지기 되는 땅에 벚나무를 천그루 심었다
삼사 년 키우면 몇만원씩 받고 팔수 있다고 했다
나무는 하늘과 땅이 키우는 것이지 손갈 일도 없으니 편했다
일 년 지나니 가슴까지 올라왔다
한 해 더 지나니 이파리가 제법 그늘을 만들더라
한두 해 더 키우면 나무도 팔 수 있고
그 돈으로 손주들 학교 보내고
이참에 논도 팔아 아들내외 집 얻어줘야겠다 생각했다
애기 벚나무에 얄궂은 꽃봉오리가 올라왔다가
시시하게 봄을 떨궜을 때
집 앞 논에서 아들과 어머니가 모내기를 했다
잔뜩 부어오른 봄볕을 이고 일하는데 아들이 휘청한다
"엄마... 머리가 아프요."
농삿일도 잘하던 아들이 이 봄에 시들하는 게 이상해
모내기를 접어놓고 읍내 병원에 갔다
거기는 검사를 못하니 광주로 가란다
전대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입원하고 3일만에 아들은 죽었다
치료는 커녕 짐도 못 풀었는데 죽어부렀다
마흔도 못 돼 아들은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고
삼사 년 뒤에 판다는 벚꽃나무는 중년이 됐다
평생 가족을 먹여살릴 거라는 벚꽃은 한 그루도 팔지 않았다
어미의 늙은 손이 흙을 파 입에 풀칠했고
홀몸이 며느리가 일을 나가 애들을 키워냈다
쓸쓸히 삼십 년을 자란 가지는 텅빈 어머니집 지붕에 닿겠다
아흔이 된 어머니는 올해도 벚꽃숲을 보며 서른아홉 아들을 추억한다
노랑에 둘러쌓여 색을 잃은 하양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도 이야기를 모르는 비밀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