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예술가해외연수'에 국악인으로 당당히 선발되어 다녀온 지인 선생님이 내 앞에 영국 국기 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요즘 파리 에펠탑 앞에서 유창한 한국말로 관광객을 사로잡는다는 그 유명인, 아프리카 사람 '파코'에게서 직접 샀다며 환하게 웃었다. 봉지 속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앙증맞은 에펠탑 열쇠고리였다. 그리고 선생님은 나를 생각하고 하나하나 골랐다며 수업에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적으라는 예쁜 공책과 안내 책자 그리고 지도 한 장을 차례로 꺼내어 그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같은 예술인으로서 해외연수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나를 잊지 않고 선물을 준비한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특히, 요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던 내게 그 순간은 단순한 선물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하나의 희망을 얻은 기분이었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늘은 그날의 감동과 함께, 내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준 파리 라 빌레트 공원(parcourirlavillette.fr)을 소개하고자 한다. 고등학교 음악 교사인 나는 앞으로도 외국의 다양한 예술 교육 사례를 접하고 탐구하며 내 수업의 영감을 얻는 과정을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다.
파리 북동부 19구에 자리한 라 빌레트 공원은 시작부터 특별하다. 사실 이 공원의 시작은 놀랍게도 '도축장'이었다고 한다. 과거 도축장의 역사와 노동의 기억을 품은 이 부지는 이제 도시에 활짝 개방된 55헥타르 규모의 광활한 문화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와 같은 유명 건축가들의 설계 아래 이곳은 과거의 기억을 완전히 지우는 대신 그 위에 새로운 가치를 덧입힌 공간이 된 것이다.
지도에 펼쳐진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음악의 도시-파리 필하모닉(Cité de la musique - Philharmonie de Paris)과 과학 산업 박물관(Cité des sciences et de l'industrie)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국립 고등 음악 무용원(Conservatoire national supérieur de musique et de danse de Paris), 공연장인 제니스 파리(Le Zénith Paris), 카바레 소바주(Cabaret Sauvage), 파리 빌레트 극장(Théâtre Paris-Villette) 등 춤, 연극, 서커스, 음악, 과학 기술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거대한 '문화 예술 생태계'이다.
선생님이 건네준 알록달록한 '리틀 빌레트' 안내 책자를 넘기며 나는 우리 학교와 학생들을 떠올렸다. 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에너지를 어떻게 우리 교실로 가져올 수 있을까? 웹사이트를 더 깊이 탐색하며 몇 가지 현실적인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공책에 적어 내려갔다.
라 빌레트 공원이 방문객에게 다양한 테마의 정원과 건축물을 따라 걷는 경험을 제공하듯, 우리 학교를 하나의 '음악적 산책로'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활동: 학생들이 학교 공간 중 5~7곳을 선정하고 각 장소의 분위기와 이야기에 맞는 짧은 배경음악(30초~1분)을 직접 작곡하거나 편곡한다. (예: 정문의 활기찬 음악, 도서관 가는 길의 차분한 음악, 과학실 복도의 신비로운 음악 등)
심화: 완성된 음원을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패들렛 등)에 올린 후, 링크로 연결되는 QR 코드를 제작해 각 장소에 부착한다. 방문객이나 다른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며 학교를 투어 하는 '인터랙티브 사운드 갤러리'를 경험할 수 있다. 이는 학교 축제나 입학설명회에서 학교를 소개하는 매우 신선하고 독창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 인터랙티브 사운드 갤러리: QR코드를 찍으며 학교를 투어 하는 체험형 사운드 전시
라 빌레트 공원에는 '폴리'라 불리는 붉은색의 작은 건축물들이 곳곳에 있다. 정해진 용도 없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구조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활동: 모둠별로 학교의 유휴 공간(복도 코너, 창가 등)을 선정하고 재활용품을 이용해 우리만의 '폴리'를 디자인하고 설치한다. (예: '생각의 폴리', '음악 감상의 폴리', '휴식의 폴리')
심화: 각 모둠은 자신들이 만든 폴리의 주제에 맞는 음악을 선정하거나 직접 작곡하여 발표한다. 미술 교과와 융합하여 '공간 디자인과 배경음악(BGM) 큐레이션'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수 있다. 학생들이 직접 공간을 해석하고 음악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라 빌레트가 주말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처럼, 학생들이 직접 작은 축제의 기획자가 되어보는 것이다.
활동: 음악 수업 시간을 활용해 '점심시간 버스킹', '방과 후 작은 음악회' 등 미니 축제를 기획하고 홍보, 운영까지 총괄한다.
심화: 미술 동아리와 협업해 포스터를 만들고, 방송반과 협력해 공연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등, 학교 내 다른 동아리나 교과와 연계하여 '학생 주도형 예술 축제'로 판을 키울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연주 능력뿐만 아니라 기획력, 협업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최고의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요즘 힘든 시기를 겪던 내게, 같은 예술인으로서 마음을 담아 준비한 동료 선생님의 선물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희망이었고, 다시 나아갈 힘을 주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께서도 parcourirlavillette.fr 에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비록 우리가 지금 당장 파리에 갈 수는 없어도 그들의 홈페이지에 가득한 창의적인 프로그램과 이미지를 보며 우리 교실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나 또한 오늘 얻은 이 희망과 영감을 바탕으로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고, 때로는 다양한 마음을 글로써 승화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곳 브런치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선생님들이 서로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위로받고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구독과 좋아요도~ 원합니다.^^
이 글로 꼽표쌤 유튜브 동영상으로 제작하였습니다. 아래 링크를 방문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