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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20. 2024

모래에 쏟아진 별사탕

즐거움을 다시 되찾는 일.

어제는 할 일을 모두 마치지 못했다. to do list에 적힌 일을 절반 밖에 지우지 못했다. 일을 끝마치지 못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지 못했다. 계획해 뒀던 저녁 운동을 빼고 일을 마저 할까 싶었다. 운동에 가야 할까 일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운동을 다녀오기로 했다. 낮에 계획처럼 했어도 밤에 운동이라도 시간에 맞춰 다녀오니 기분이 나아졌다. 하마터면 다시 불안의 도돌이표에 들어갈 뻔했다. 아마 운동을 빼서 일을 했더라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테다. 하루의 끝까지 계획처럼 것이 없으니까.  불안과 우울을 앓은 시간이 있다 보니 대처하는 요령이 생겨간다.


불안해지거나 우울해질 전조 증상을 느끼면 할 일을 모두 내려놓고 쉬는 시간을 갖는 거다. 잠시 글을 쓰거나 귀여운 낙서를 한다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일 말이다. 운동을 하는 것도 효과가 좋다.

주말에는 시간을 내어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한다. 연인이나 친구를 만나기 전에 나와의 데이트 시간을 꼭 갖는다. 오롯이 나만이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한다. 시를 쓰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잊고 지냈던 일본어 책을 다시 꺼냈다. 고등학교 시절 일본어 선생님이 좋아 열심히 했던 과목이었다. 잘 읽고 쓰고 말도 했던 것 같은데, 몇 년의 시간 동안 잊고 지낸 터라 가타카나조차 헷갈릴 지경이었다. 다시 기억을 되살리며 단어 공부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때 외웠던 일본어 노래가 자꾸만 귓가에 울렸다.


시를 쓰며 작사를 조금 배웠었는데, 노랫말을 쓰는 일도 시를 쓰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한 주에 한번 가는 보컬 수업시간에 노래 실력이 점차 늘어가는 것도 즐거웠다. 그러던 중 취미 모임 어플에서 작곡 프로그램 운영자 측에서 메시지가 왔다. 이런 수업이 있는데 혹시 관심이 있느냐고. 그래서 최근 작곡 수업에도 나가게 됐다.


생각해 보면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다. 건강이 회복되어 가는 중이라는 말이겠지. 즐거움과 행복을 전부 잃어버리고 헤매던 날이 얼마 전이었는데, 잃어버린 알갱이들을 다시 하나씩 주워 담고 있다.

즐거움을 다시 되찾는 일이 모래에 쏟아진 별사탕들을 찾는 일처럼 느껴진다. 모래에 섞여 다시 찾기 힘들어도 찾다 보면 모두 주워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알록달록 별사탕들은 모래 속에서도 빛이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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